[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멜팅 팟(Melting Pot)'입니다.
우리가 설 명절 연휴로 쉬는 기간 동안 전 세계는 또 트럼프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이슬람 7개국 국민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금지하는, 사실상 미국에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미국은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입니다. 또 이민자들의 값싼 노동력과 높은 출산율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미국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신대륙의 선진국 대부분이 이민의 나라입니다만 미국과는 사뭇 다릅니다.
이번 미국의 조치로 입국이 거절된 사람들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캐나다는 미국과 같은 이민의 나라지만 완전히 다릅니다. 쉽게 설명 드리면 캐나다는 모자이크, 미국은 멜팅 팟 이라고 합니다.
캐나다가 이민자들의 민족과 문화 모두를 존중하면서 조화를 이루고 같이 살자는 이른바 모자이크 국가 운영시스템이라면, 미국은 이민과 동시에 아메리카라는 끓는 솥 단지에 다 넣고 그들이 가진 그 민족의 애국심, 민족감정, 문화를 다 버리고 아메리칸으로 다시 태어나자는 겁니다. 멜팅 팟 국가 운영시스템입니다.
미국에 이민 간 사람과 캐나다에 이민 간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많이 다른 이유입니다. 분명 한국 사람인데 올림픽 게임에 올라가는 성조기와 미국국가를 들으며 뭉클해진다는 이민자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턴가 멜팅 팟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민자, 그것도 피부색이 다르고 종교도 다른 이민자가 너무 많아진 겁니다. LA에 가보십시오. 멕시칸들이 없다면 거의 모든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아야 할 겁니다. 캘리포니아의 거의 모든 지명은 멕시코의 국어인 스페인어로 되어있듯이 멕시칸들은 공공연히 캘리포니아가 원래 미국 땅이 아니고 멕시코 땅이었다고 하죠.
뉴욕에 가보십시오. 맨하탄 브로드 웨이 26번가에서 28번가에 걸친 도매상가에 가보면 대부분이 터번을 쓴 인도사람과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아랍계, 또는 중국 사람들이 상권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겐 80년대까지 이민의 선배들이 가지고 있던 미국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이나 애국심은 많이 희박해졌습니다. 그저 아메리카 드림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을 한 사람들일 뿐이죠. 쇠락한 러스트 밸트의 백인들에게 이들은 일자리를 빼앗고 가뜩이나 모자라는 사회복지 예산을 훔쳐가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미국은 더 이상 축복의 땅도 아니고 자기 정체성을 끓는 솥에 던져 녹여내서 충성을 다할 만큼 위대한 나라도 아닌 것입니다.
이런 미국민의 감정에 기름을 부은 사건이 바로 9.11테러였습니다. 위대한 미국, 번영의 상징인 월드 트레이드 타워를 붕괴 시킨 수염 기른 이교도들. 우리가 아는 건 이 시기부터 이슬람 이민에 대한 차별과 제재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때부터 미국 사회 전반적으로 반 이민 정서가 커졌습니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고 이민의 경로는 축소 됐습니다. 특히 초청 이민은 거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문호를 닫았습니다. 영주권자들이 너무 잦은 출입국을 하면 느닷없이 영주권을 뺏는 경우가 빈발했습니다.
위와 같은 경우가 오바마 때 와서 많이 완화되었죠. 불법 체류자들도 일정기간 세금을 냈다면 구제를 해줬고 특히 젊은 서류 미비자들을 구제해주는 조치를 했습니다. 한인 사회를 비롯한 이민사회는 오바마를 지지할 수 밖에 없죠.
트럼프의 이번 조치는 분명 반 인륜적인 측면이 있고 미국 국익에도 궁극적으로 손해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미국 주류 언론과 우리 언론이 보도하는 것처럼 모든 미국 사람이 이 조치를 규탄하고 반대한다고 생각하면 오해입니다.
미국 주류 사회의 대부분은 미국 국토안보부와 경찰이 불법 체류자인 줄 알면서도 그냥 둔다고 생각합니다. 또 테러리스트들마저도 당당히 미국 공항을 드나들고 있다고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미국 국가 운영의 기본 시스템인 멜팅 팟, 즉 하나되는 미국으로의 복귀를 원합니다. 그 첫 번째 조치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치는 거고 두 번째가 이번 이슬람 7개국에 대한 비자 잠정 중단입니다. 미국 대통령의 권한입니다.
금이 간, 어쩌면 깨어지기 직전인 멜팅 팟, 끓는 솥 단지를 이어 붙이려는 트럼프의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입니다. 이 노력이 나올 때마다 세계는 소란스럽겠지만 MAKE AMERICS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라는 그의 선거 구호를 실천하는 것이고 미국 자본 시장은 이 상황을 즐길 것입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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