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설에 휩싸인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공식석상에 나란히 등장하면서 이들이 호흡을 맞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내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67회 베를린영화제 장편 공식경쟁 부문에 초청된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예의 그렇듯 홍 감독 자신의 이야기가 주된 소재라는 느낌을 물씬 주는 영화다.
영화에서 유부남 영화감독(문성근 역)과 불륜에 빠졌던 배우 영희(김민희 분)는 독일 함부르크로 여행을 떠나 공원을 산책하고 독일인 가정에 초대받아 더러 식사도 하는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영희는 자신이 ‘언니’라고 부르는 한 이혼녀와 “독일에서 제일 살기 좋은 곳”이라는 함부르크의 조용한 마을에서 지내고서 강릉으로 돌아온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냥 나답게 사는 거야”라고 함부르크에서 다짐한 영희의 강릉 여정은 지인들이 보여주는 깊은 포용과 따뜻한 시선의 축복 같은 것이기도 하다.
영희가 불륜을 저질러 비난을 한몸에 받으며 견디어야 했던 것을 아는 남자 선배(극중 `명수`. 권해효 분)는 “자기들은 그렇게 잔인한 짓들을 해대면서 왜 그렇게들 난리를 치느냐”라고 말한다.
강릉에서 조우한 유부남 영화감독이 영희와 마주한 술자리 장면은 더욱 눈길을 끈다.
영희가 요새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묻자 감독은 “너무 힘들어서 이제 안 하려고(사랑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답한다. 만날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것은 지루하지 않으냐는 도발에도 “소재가 중요한 것은 아니야”라고 맞받는다.
이 감독이 바로 홍상수 자신인 것은 아닐까?
홍상수-김민희의 불륜 논란을 아는 관객들이라면 누구라도 그런 연상이 자연스럽지만 홍 감독은 정작 “자(서)전적인 영화를 찍으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손사래 친다.
홍 감독은 16일(현지시간) 제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많은 영화 감독들이 자신의 삶을 영화 스토리에 반영한다”면서도 “자신의 삶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가 하지 않는가가 차이일 뿐이다. 나는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그러나 절대 자전적인 내용을 싣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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