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이 임박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자진하야설`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구체적인 소스가 불분명하고 당사자인 청와대가 선을 긋고 있음에도 탄핵 인용이라는 최악의 결정을 피할 수 있다는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자꾸 퍼져나가는 모양새다.
하야설에 불을 지핀 계기가 된 `정치적 해법` 주장을 맨 처음 내놓은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23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신중한 태도로 이 문제를 다시 언급했다.
정 원내대표는 MBN 방송 인터뷰에서 하야론에 관한 질문을 받자 과거 6·29선언을 언급하며 "조금 때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서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포함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것으로 가야지, 탄핵에 의해서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 자진사퇴시 사법처리 문제와 관련해 "그 문제까지 논하기는 좀 이르다"면서도 "그만두시면 두 달 내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두 달 내에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는 유보하자는 견해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같은 발언은 박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정치권 논의대상에 포함할 수 있으며, 조기대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 사법처리를 선거 전까지 유보하자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정 원내대표는 "그만두신 후 형사소추 문제는 합의를 보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방안임을 인정했다.
이어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자꾸 하야로 연결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탄핵 결정 후 국론 분열의 씨앗을 걱정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발언이 반드시 하야를 언급한 것은 아니라며 한발 물러섰다.
범여권에 속하는 바른정당은 최근 주호영 원내대표의 `정치적 해법 병행` 발언의 파문을 수습하는 데 주력하면서도 하야설이 돌고 있다는 점 자체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진하야 하려면 빨리 했어야 한다. 처음부터 퇴임 시기를 못 박았으면 이런 국론분열도 없고 안정적으로 정권이 이양됐을텐데"라며 "지금 하야할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전했다.
야권은 범여권에서 흘러나오는 자진하야론 자체에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법처리 무력화를 위한 `꼼수`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여기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이날 정책워크숍에 참석한 뒤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박 대통령이 자진하야를 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이 그렇게 꼼수를 부리려고 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박 대통령이 자진하야를 하면 바로 대선정국으로 가고, 특검 수사기간 종료로 수사를 넘겨받은 검찰은 대선 기간이라 실질적인 수사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박 대통령은 시간벌기를 할 것이고, 친박(친박근혜) 세력들은 대통령 후보나 당선자에게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진하야설에 대해 "곧 탄핵 결정이 내려질 판에 인제 와서 갑자기 그런 해묵은 얘기를 꺼내는 저의를 모르겠다"며 "박 대통령이 자연인으로 돌아갔을 때 사법처리를 막을 생각으로 제안하는 거라면 정말 턱도 없는 소리"라고 경고했다.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헌법과 민심의 심판을 떳떳이 받으시고 헌재 판결이 온전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꼼수 사퇴 카드를 떨쳐버리시고 당당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전혀 논의되지 않은 이야기"라며 하야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일축했다.
여권 내에서는 지도부 입장과 달리 이른바 `강성 친박(친박근혜)`을 중심으로 하야설에 강하게 반발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김진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진사퇴 거론은 탄핵이 혹시 기각될까 봐 걱정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이제 기차 떠났다. 운명에 맡겨야 한다"고 적었고, 대선출마를 준비하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자진 사퇴 주장이 촛불로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하야와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