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반기업정서 보고서 ⑦] 반기업 정서 심각‥'국가적 과제로 다뤄야'

입력 2017-02-24 17:26   수정 2017-02-24 18:22

극도로 높아진 국내 반기업 정서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장기적이면서 다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로 요약됩니다. 특히 과거 영국이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 해소를 국가적 과제로 삼아 여러정책을 펼쳤 듯 이제 우리 사회도 이를 사회 전반의 문제로 심각히 받아들이고 조금 더 큰 그림의 해결책을 모색해야한다는 주장입니다.


마가릿 대처 “대중의 기업 이해도를 높여라”

학계에서 주장하는 반기업 정서 해소법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은 이른바 대처리즘입니다. 1970년대 IMF에 구제금융까지 신청할 정도로 심각했던 영국의 경기침체 상황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다시 선진국 반열로 끌어올린 마가릿대처의 여러 정책들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시카고 트리뷴, 1976년 9월 30일 기사)

기업들에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해야한다는 이른바 자유주의 경제학에 바탕을 둔 대처리즘의 정당성을 논하기 전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시행한 반기업 정서 해소 방안들은 지금 우리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대처내각은 다양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자본주의 핵심가치들에 대한 문화적 반감이 영국의 형편없는 경제적 성과의 원인이라는 분석을 해냈고 이를 근간으로 여러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우리도 높아진 기업반감의 이유를 보다 면밀하게 조사해 원인을 밝혀내고 처방을 내려야한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이번 한국경제TV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학생층과 공무원층의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반감은 하루라도 빨리 정부가 해결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경제 작동원리에 대한 이해 높여야

대처내각은 일반 대중들의 기업에 대한 적대적 태도가 자본주의 경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바탕으로 일반 대중에 대한 경제교육을 강화했습니다. 더불어 대규모 공기업 민영화를 진행하며 노동자와 일반인들의 주식보유를 독려해습니다. 이는 기업에 대한 투자 즉 주식보유가 기업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영국 정부가 보유하던 공기업 지분의 일정량이 당시 종업원에게 무상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우선 배분됐고, 1979년 기준으로 영국 성인인구의 7%인 300만명에 불과했던 주식보유자가 1993년 1천만명을 넘어서는 결과를 낳습니다.




실제 이번 한국경제TV가 실시한 반기업정서 여론조사에서도 금융권 종사자들은 기업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도의 비율이 42.32%와 49.53%로 조사돼 전체 응답자들의 기업 호감도(34.05%) 보다는 8%p이상 높게, 비호감도(55.11%)는 6%p 가량 낮게 조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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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금융 교육위한 교과서 개편 절실

얼마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단체인 금융교육 국제네트워크(INFE)가 정한 기준으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금융이해력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금융이해력이 66.2점(100점 만점)으로 최소목표점(66.7점) 이하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최소목표점은 OECD가 금융이해력 최소 수준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20대 이하의 금융이해력 점수가 62점으로 낙제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세계 주요국들은은 일반인은 물론 학생들에 대한 경제·금융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8년 대통령 직속으로 금융문맹퇴치위원회가 설치됐고 2011년에는 금융교육 전략이 발표됐습니다. 대부분의 미국의 고등학교에서는 금융과 관련된 독립 과목이 존재합니다. 영국은 정부기구로 금융인식을 확산 시키기 위한 금융자문기구가 있고, 지난 2014년부터는 11세~16세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금융교육을 의무화하는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또 18세 이전의 모든 수학 교과목에는 금융교육이 포함돼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18년 고등학교 통합사회 과목에 자산관리 원칙 등이 포함된 생애 금융설계 단원을 추가하기로 하는 등의 움직임은 있지만 여전히 청소년과 대학생들에 대한 금융·경제교육은 전무하다 시피한 상황입니다. 더구나 금융교육을 단순히 가계부채나 노후자산 준비를 위한 지식 습득 정도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근간인 자본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출발점으로 인식하고 초등학교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士農工商(사농공상)’ 의 반시대적 인식깨고 富(부)를 존중해야



인관계를 맺는데 있어 이유없이 싫은 사람은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경우 왜 그 사람이 싫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냥 싫다. 싫은데 꼭 이유가 있어야하나?”라는 답변을 하곤 합니다. 심리학자들은 바로 이런 게 인간의 감정이라며 다양한 경험과 시간의 흐름속에 만들어지는 인간의 감정은 그래서 뚜렷한 이유를 찾기 힘들고 또 한순간에 그런 감정을 키우거나 누그러뜨릴 특효 처방도 없다고 말합니다.


심리학자들은 대중들의 반기업 정서에는 단순히 기업의 비윤리적 또는 불법적 행위에 대한 반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경기침체가 만들어낸 절망감, 부의 양극화 등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한 불만 그리고 개인들의 특이한 경험에서 형성된 기업에 대한 각기 다른 감정 등이 섞여 있기 마련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논리적으로 반기업 정서의 잘못된 점만 설명하려들면 도리어 반감이 강해지는 부작용이 나온다”고 경고하며 “감정을 분출하고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합니다.


특히 최근 학생층의 높은 기업반감은 3포 세대에서 시작돼 이제는 9포 세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인 큰 상실감과 좌절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이런 감정을 희망과 성공담론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사회 전체가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김병수 아산병원 교수(정신분석학과)는 “낙관이라고 하는 것은 이것을 증거할 수 있을 만한 실체가 있어야 형성되는데, 예를들어 말로만 희망가지라고 해봐야 희망이나 꿈은 생기지 않는다”며 “낙관이나 희망, 꿈을 시각화할 실제 근거 다시말해 성공 스토리 등이 많아져야 하고 이런 것들이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수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역시 “껌 팔아 돈번 기업이 라는 말로 거대기업 롯데를 비하는 모습에서 보여지 듯 우리 사회는 과거 유교문화 등의 영향으로 돈을 쫓는 기업인을 무의식적으로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학계 역시 이런 영향을 받아 해외 다른 나라들에 비해 기업인의 성공에 대한 연구가 턱 없이 부족하다”며 “성공한 기업인에 대한 연구와 이들의 업적을 인정하는 문화 형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기업들의 자정 노력 그리고 사회공유가치(CSV) 고민

몇몇 기업인의 일탈적 행동은 차지하고 기업들의 자정노력은 국내 반기업 정서를 낮추는데 있어 필수요소입니다. 지배구조의 개선과 2세 아니 이제는 3세, 4세로 넘어갈 때마다 불거지는 경영권 상속과 관련된 잡음들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제를 떠나 우리 기업들이 해결해야할 문제입니다.

더불어 기업들이 이런 대중들의 반감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공유가치(Creating Shared Value,CSV) 창출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이 시대와 환경변화에 따라 수익창출에서 사회적책임(CSR)로 그리고 이제는 공유가치창출(CSV)로 확장되고 있다는 견해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공유가치창출은 경제적인 가치인 기업의 수익창출을 통해 사회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기업의 성공과 사회의 발전을 함께 조화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SK그룹이 사회적기업으로 전환시킨 소모성 자재 구매(MRO) 사업자 행복나래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행복나래는 소모성 자재를 대량으로 취급해 원가 절감 등으로 SK그룹의 이익개선에 기여함은 물론 중소기업과 사회적 기업으로 부터 제품을 구매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이라는 사회적 가치도 창출해냅니다.

동아시아연구원이 낸 ‘기업 신뢰도의 영향요인, 공유가치창출을 중심으로’ 보고서(2013)는 공유가치창출이 기업들의 일시적인 사회봉사나 사회공헌 활동보다 기업신뢰도를 높이는데 더 기여한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명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미국도 초기 경제 구조는 기업이 착취에 가까운 방법으로 또 불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등 엉망이었고 당연히 반기업정서도 높았지만 미국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반독점법 혹은 여러 노력으로 반기업정서를 어느정도 해소한 뒤 당대 최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반기업정서가 문제니 이를 줄여야한다를 넘어 이제 우리도 반기업정서의 극복이 사회와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경제TV 집중취재팀 김치형·조연·신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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