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서민금융진흥원에 대한 휴면예금 출연이 최근 다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출연이 중단된지 5년만입니다.
은행이 약관 개정을 통해 출연할 근거를 마련한 건데 바뀐 약관 또한 법망을 비켜갈 수 없을 것으로 보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정재홍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이자를 계속 지급했다면 휴면예금이라고 볼 수 없다' 2012년 대법원이 휴면예금, 즉 고객이 찾아가지 않는 잠자는 계좌에 내린 판결입니다.
이 판결로 은행권은 현재 '서민금융진흥원'인 '미소금융중앙재단'에 하던 한해 평균 700억원 가량의 출연을 중단했습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전면 중단됐던 휴면예금 출연이 최근 다시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권이 5년 이상 거래가 없는 계좌는 이자를 나중에 일괄적으로 합산해 계산해주기로 약관을 개정해 대법원 판결을 비켜가는 근거를 마련한 겁니다.
<녹취> 금융권 관계자
"당분간은 저축성 예금부터 먼저 출연을 하고 요구불 예금은 10년이 지난 시점에 출연이 가능할 거에요"
은행권이 휴면예금을 서민금융에 출연하려는 이유는 계좌관리에 따른 비용과 은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입니다.
2000년대 초반 휴면예금을 은행 수익으로 처리하면서 비판 받았던 터라 휴면예금을 그대로 갖고 있기가 부담스러운 겁니다.
하지만 이번 은행권의 휴면예금 출연은 근본적 해결이 아니라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습니다.
<녹취>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
"굳이 소멸시효를 완성시키려고 약관 개정을 했는데 또다시 문제제기 됐을 때 대법원의 판례대로 한다면 이게 소멸이냐..."
서민금융 출연 직전 이자를 일괄 적립하는 과정이 이미 거래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법정으로 간다면 또다시 패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계부처는 문제 없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금융위 관계자
"아무런 은행과 고객간의 거래가 없고 다만 은행이 자기들 장부계산을 위해서 계산행위를 가지고...원권리자가 승인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논란이 볼 보듯 뻔한데도 약관 개정을 서두른 건 결국 서민금융진흥원의 재원 확보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수년간 은행들의 출연금이 끊기면서 재원 마련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미국 등에서는 관련 법을 제정해 기간에 따라 휴면예금을 정의하는 등 잠자는 돈에 대한 개념 정의를 명확하게 하고 있습니다.
휴면예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 궁리하기에 앞서 예금자의 권리를 명확하게 하고 잠자는 돈의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비판을 우리 정부 당국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한국경제TV 정재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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