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대선 직전 자신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시로 도청을 당했다고 돌연 주장해 워싱턴 정가에 파문이 일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즉각 대변인을 통해 "거짓말"이라고 정면 반박하고 나서 전·현 정권이 `도청 공방`으로 정면 충돌한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트위터에 "끔찍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선거) 승리 직전 트럼프 타워에서 전화를 도청했다는 걸 방금 알았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이것은 매카시즘!"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 앞서 대선 후보를 도청하는 것이 합법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선거 직전인 지난 10월 내 전화를 도청했다는 사실을 좋은 변호사가 제대로 입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우 신성한 선거 과정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내 전화를 도청하다니 정말 저급하다"면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감이다. 나쁜(혹은 역겨운) 사람!"이라고 썼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도청 주장을 입증할 증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자 오바마 전 대통령의 케빈 루이스 대변인은 성명을 내 "오바마 행정부의 어떤 관리도 법무부의 수사에 관여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어떤 미국인에 대한 사찰도 명령하지 않았다"며 "그와 다른 어떤 주장도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또 "오바마 행정부의 기본적인 원칙은 어떤 백악관 관리도 법무부에 의한 어떤 독립적 수사에도 관여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라며 "그러한 관행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나 어떤 백악관 관리도 어떤 미국인에 대한 사찰도 명령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지낸 벤 로즈도 이날 트위터에 "어떤 대통령도 도청을 명령할 수 없다. 당신과 같은 사람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이 도청을 명령할 수 없는) 그러한 제약이 가해졌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연한 도청 의혹 주장이 정계복귀설이 나오고 있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현 정부에 남아있는 그의 인맥을 견제하기 위한 고도의 카드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특히 현 정부 안보사령탑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낙마하고 최측근인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마저 야당의 사퇴 공세에 시달리게 하는 트럼프 정부 인사들의 `러시아 내통` 의혹 `도청` 주장으로 맞불을 놓았다는 게 일각의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내통` 의혹에 관련된 정보유출 사건과 최근 공화당 타운홀 미팅 항의 사태의 배후에 오바마 전 대통령과 그의 인사들이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정보기관과 불화했으며, 특히 오바마 정부에 정보기관에 들어와 남아있는 인사들이 자신의 대통령직을 방해한다고 확신해왔다"며 유력 참모들의 `러시아 내통` 논란을 일으킨 민감한 정보유출자들에 대한 내부 조사를 지시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현직 정보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도청` 주장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사찰에 밝흔 한 전직 정보관계자는 "도청 가능성은 매우 작으며 생각할 수 없다"며 "전화선이나 인터넷에 의한 외국 정보요원 등의 스파이 행위가 발견되지 않고는 연방판사가 미국 시설에 도청장치 설치를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의 한 전직 고위 관리도 CNN에 "그런 일은 없었다"며 "거짓이며 틀린 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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