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추진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자국 여행사를 통한 한국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하면서 실제로 예정된 한국관광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5일 한국관광공사와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중국 대형 여행사 씨트립(C-Trip)을 통해 한국관광 상품을 구매한 유커(중국인 관광객) 100명 정도가 한국관광 금지령이 알려진 지난 2일 이후 4일까지 한국 여행 일정을 취소했다.
여행업 협회 관계자는 "여행사별로 취소 통보가 속속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구체적 취소 규모는 다음 주가 돼야 집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는 한국이 아닌 다른 여행지로 바꿀 수 있는지를 묻는 문의도 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각 지역에서도 단체관광객 중심으로 중국인의 한국 여행 취소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중국의 화장품 제조·판매사 코우천그룹은 4월 17∼21일 인천에서 기업회의를 열고 임직원 4천 명에게 포상관광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방한계획을 취소했다.
중국 의료기기업체 유더그룹 임직원 1만2천 명도 당초 3월 인천에서 기업회의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4월로 한 차례 연기했지만, 이제 4월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이맘때 월미도 `치맥 파티`로 유명해진 중국 아오란그룹 역시 올해 다시 인천을 방문하겠다고 지난해 인천시와 협약까지 체결했지만, 지금까지 재방문 일정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의 화장품·건강보조식품 판매업체인 아오란은 작년 3월 임직원 6천여 명을 인센티브(포상) 관광 명목으로 한국에 보내 인천 월미도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치맥 파티를 즐겼다.
경상북도에서는 이달 중 이뤄질 예정이었던 중국 산둥 성 공무원과 여행업 관계자들의 문경 방문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충북 청주의 한 여행사 대표도 "중국 현지 여행사와 연간 계약을 해 일주일에 3회씩 모두 180명을 중국 닝보에서 받기로 했는데 지난 3일에 갑작스럽게 무기한 연기됐다"며 "사드 배치의 여파로 보이는 데 현재 상황을 보면 사실상 취소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한국 여행 `취소` 사례 뿐 아니라 본격적인 한국 여행 유치 실적 감소 현상 역시 조만간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당국이 제시한 `한국 관광 중단` 시점(3월 15일)을 열흘이나 앞두고 있지만 이미 씨트립과 취날왕, 투니우(途牛) 등 중국 대형 여행사들은 홈페이지 등을 통한 한국 여행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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