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韓, 연장 10회 졸전 끝 패배… 2라운드 진출 빨간불

입력 2017-03-07 18:37  

▲ 1라운드 개막전에서 우리 대표팀은 이스라엘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사진=KBO)

대한민국 대표팀의 WBC 2라운드 진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6일 고척 돔에서 열린 2017 WBC 이스라엘과 개막전에서 10회 연장 졸전 끝에 1-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당초 이스라엘은 A조 최약체로 꼽혔던 팀이었으나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당장 7일 네덜란드와 두 번째 경기를 펼쳐야 하는 우리 대표팀은 매우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총 8명의 투수를 쏟아 부었다. 그 가운데 오승환을 제외하고 모든 투수들이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전반적으로 볼카운트 싸움에 어려움을 보였고, 자신있게 상대와 승부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마운드에서도 답답한 경기를 이어갔으나 결과적으로는 2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따라서 더욱 큰 문제는 공격력이었다.

8타수 무안타에 그친 중심 타선

가장 큰 문제는 해결사 부재였고, 그 중심에는 3-4번 타자로 나란히 출전한 김태균과 이대호가 서 있었다. 이들은 이날 8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중심타자로 전혀 제몫을 해내지 못했다. 특히 김태균의 경우 연습 경기에서 좋은 감각을 유지했음에도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1회 1사 후 서건창이 볼넷으로 출루했으나 김태균이 삼진으로 물러난데 이어 이대호가 내야 땅볼에 그치며 상대를 압박하지 못했다. 3회에는 2사 후 서건창이 내야안타로 출루한 후 도루를 성공시키며 2사 2루의 득점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김태균은 첫 타석에 이어 또다시 삼진으로 물러나며 이닝이 종료됐다.

5회에도 찬스가 중심 타자들에게 주어졌다. 서건창의 동점 적시타로 만든 1사 1,2루에서 김태균은 포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난데 이어 이대호 역시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면서 역전 기회가 무산 됐다. 1-5회까지 중심 타자들에게 차려진 3번의 기회 가운데 단 한 번만 살려줬어도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찬스에서 해결사가 아닌 찬물을 끼얹는 타격으로 일관했다.

7회 강공 전환…결과는 최악이었다

1-1로 흘러가던 경기 후반, 대한민국 대표팀에는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왔다. 7회말 선두타자 김재호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것이다. 이 때 벤치에서는 이용규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그러나 초구와 두 번째 공이 모두 볼로 이어지자 번트 대신에 강공으로 작전을 바꿨다. 그 결과 6-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가 나오면서 순식간에 2아웃이 되고 말았다. 이어 서건창도 삼진으로 물러나며 이닝이 종료됐으나 매우 아쉬운 장면이었다.

물론 이용규가 발이 빠르고 앞선 타석들에서 안타는 없었지만 좋은 타구를 만들어 냈기에 작전을 변경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 후반, 게다가 전체적으로 대표팀은 이스라엘에 말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강공으로 대량 득점 찬스보다 1점이 필요했었다. 또한 서건창이 대표팀 타자들 가운데 가장 좋은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공보다는 번트를 시도했어야 했다. 하지만 벤치의 ‘믿음의 야구’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작전보다 믿음을 선택…실패로 끝나다

10회까지 공격이 진행되는 동안 야수진의 변화는 사실상 없었다. 김태균 대신에 대주자로 8회 교체된 오재원을 제외하고 선발 출전 선수들이 모든 이닝을 소화했다. 벤치에서 신중한 판단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이라면 변화를 주며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변화는 없었다.

먼저 6회말 1사 1,2루 기회가 8번 타자 허경민에게 주어졌다. 경기가 중반에서 종반으로 흘러가는 시점임을 감안하면 한 번쯤 승부수를 발휘해 볼 수 있었다. 연습경기에서 극도의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최형우도 대타로 충분히 활용해 볼 만 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허경민을 고수한 결과는 병살로 이닝이 종료됐다.

8회말에도 1사 1,3루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벤치는 움직임이 없었다. 민병헌이 2안타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안타-홈런이 아닌 진루타였다. 1루에 오재원이 나가 있는 상황이라면 좌타 자원을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민병헌을 믿은 결과 3루 땅볼로 3루 주자만 아웃이 됐고, 득점 없이 이닝이 종료됐다.

타자들의 컨디션, 타순의 배치가 불균형을 이루고 있던 대표팀. 그렇다면 벤치의 움직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으나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패배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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