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정태가 MBC 월화특별기획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에서 악랄한 기득권을 대변하는 충원군 역을 통해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김정태(충원군 역)의 악역 연기가 단연 빛났던 것은 지난 7일 방송된 12회, 왕족이라는 신분을 무기처럼 휘둘렀던 충원군이 역모로 몰린 순간에도 기고만장함을 꺾지 않고 “전하를 뵙게 해다오. 전하를 뵙게 해줘!”라고 고함을 지르는 장면. 김정태는 반역으로 몰린 황당함과 연산에게 외면받았다는 불안감, 감히 왕족인 나를 건드렸다는 분노를 뒤섞은 절규를 토해내는 명연기를 펼쳐냈다.
“왕족인 나는 종년의 사지를 난도질해도 옥에 갇히지도 벌을 받지도 않는다”며 악행을 일삼으면서도 인자한 미소로 나라의 기강을 운운하는 저열한 기득권의 이중성은 김정태가 연기해 더욱 악랄하다. 코믹과 정극 사이에서 정확하게 무게중심을 잡는 김정태의 특기는 사극에서도 예외 없이 빛난다. 충원군의 악행에 치를 떨다가도 피실 웃음이 터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데뷔 19년 차, 대표 씬스틸러로 꼽히는 김정태는 놀랍게도 ‘역적’이 첫 사극이다. 김정태는 사극 작품을 모니터하고, ‘역적’이 어떻게 표현될지 머릿속에 다양한 그림을 그려보면서 첫 번째 사극을 준비했다. 충원군이 입체적으로 거듭난 것은 “근엄하게만 그려졌던 왕족을 지금의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인간’으로 생각하고 접근한” 김정태의 고민 덕이다.
김정태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충원군을 보여주기 위해서 댓글, 시청자 평을 꼼꼼히 체크, 혼자 연습을 많이 했다. 손동작, 동선 하나하나까지도 꼼꼼하고 세심하게 체크하는 김진만 감독과 김상중(아모개 역), 서이숙(참봉 부인 역), 김준배(허태학 역) 선배의 배려와 응원 덕분에 확신을 가지고 연기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12회에서 충원군은 길동이(윤균상 분) 친 덫에 걸려 한양으로 압송됐다. 충원군은 자신에게 역모를 뒤집어씌운 길동을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증인으로 지목했다. 제 무덤을 파고 있는 충원군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오는 13일 방송되는 13회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