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커지는 체외진단 시장...업계는 이중규제 '시름'

입력 2017-03-13 16:54   수정 2017-03-13 16:55

<앵커>
동네 병원에서 혈액이나 소변으로 현재 자신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체외진단 기기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당뇨병처럼 만성질환에서부터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증 질환에 대한 진단도 가능해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팀 이문현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체외진단 기기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부터 짚어주시죠.

<기자>
체외진단은 말 그대로 몸 외부에서 이뤄지는 진단·진료를 의미합니다.
소량의 피와 소변으로 그동안의 병력, 그리고 앞으로 걸릴 병의 가능성도 동네 병원에서 빠른 시간 내에 알아낼 수 있는 겁니다.
체외진단 기기가 활성화되면 대형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오기 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죠.
치료보다는 진단을 통한 예방. 사전에 위험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의료 트렌트가 옮겨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앵커>
진단을 통한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체외진단 기기의 시장 규모도 함께 성장을 하고 있나요?
<기자>
지난 2007년 전세계 체외진단 기기 시장 규모가 우리돈으로 약 29조원이었는데, 매년 8%씩 성장해 올해는 약 74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중에 우리나라 시장은 약 1조원 규모, 정부에서도 지난 몇 년 동안 바이오 7대 강국을 만들겠다며 관련 산업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성장률이 높다 보니, 이 분야에서 기업들이 굉장히 활발한데요,
그동안은 주로 바이오 벤처기업 위주로 이뤄졌는데, 최근엔 바이오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SK와 삼성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대기업들의 움직임을 유오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SK·삼성, 체외진단 선점 나선다
<기자>
환자의 몸에서 채취한 혈액을 소형 체외진단기기에 넣습니다.
20분 후면 진단기기를 통해 환자의 남성호르몬 수치와 비타민D 농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혈액을 검사하고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평균 1주일 이상 걸려 환자의 치료가 늦어지는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입니다.
오는 4월 SK텔레콤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나노엔텍이 고가의 의료장비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소형 체외진단기기를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도록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인터뷰> 정찬일 나노엔텍 대표
"최근에 미국 FDA 허가를 받은 것이 테스토스테론과 비타민D가 있습니다.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에 조그마한 병원(1차 의료기관)에서 진단하고 바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런 분야에 집중해서 미국 FDA 허가를 받았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2년 서울대병원과 모바일 헬스케어 업체인 `헬스커넥트`를 설립했고, 이듬해 중국 진단기기 업체인 티엔롱을 인수하며 체외진단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정훈 SKT 신사업추진단 면업진단팀 팀장
"나노엔텍의 면역진단 기술과 제품을 이용하면 중장기적으로 개인맞춤형 의약품이 ICT가 연결돼 차세대 플랫폼으로 개발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최근 동물용 혈액검사기(PT10V)를 출시하며 미국 체외진단기기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삼성전자가 뛰어든 동물용 시장의 경우 인체용과 달리 별다른 인증이 필요하지 않아 시장 진입이 수월하고 새롭게 시장이 열리는 블루오션입니다.
삼성전자는 다국적 기업들과의 경쟁이 다소 수월한 동물용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인체용 체외진단기기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한국경제TV 유오성입니다.

<앵커>
1조원이면 세계 시장의 1% 안팎입니다. 대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는데 시장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느낌이 듭니다. 최근 정부에서 체외진단기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법 제정에 나섰다면서요?
<기자>
네 손문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체외진단기기 산업법을 이르면 3월에 입법예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리가 `체외진단 기기`라고 하다보니, 그동안 정부에서는 이것의 의료기기 범주에 넣어서 관리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기는 맞지만 사용 방법은 전혀 다릅니다.
의료기기는 우리 몸에 직접 닿고, 수술용 로봇처럼 인체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한 인증이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그런데 체외진단기기는 기본적으로 피와 대소변, 땀으로 판별을 하는 것입니다. 인체에 닿지 않죠. 안전성 보다는 효과성, 그리고 검사의 정확성이 더 중요한 겁니다.
그래서 정부도 이 기존 제도의 불합리성을 인정하고, 체외진단 기기만을 따로 관리하는 법을 제정하겠다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체외진단 기기 분야의 근본적인 문제는 식약처와 복지부의 `이중규제`문제 아닌가요? 이 부분을 제외하고 체외진단 기기 법만 만든다고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기자>
관련 업계의 목소리도 바로 그겁니다
현재 체외진단 기기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3단계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1단계로 식약처의 인허가를 받고, 2단계 복지부의 신의료기술평가를 모두 통과한 후에 건강보험 급여를 확정지어야 합니다.
주무부처가 다르다 보니, 심사의 절차도 다르고 제출해야 하는 서류·양식, 내용까지 다릅니다.
특히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논문`을 제출해야만 합니다.
기업은 식약처에서 안정성 효과성에 대한 검증을 통과해 인허가를 받고, 인체에 닿지도 않는 체외진단 기기에 대한 `임상 논문`을 돈과 시간을 들여 또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이에 대해서 관련 업계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이진휴 의료기기산업협회 부위원장
"부처간 이해 관계가 엇갈리다 보니 이 문제를 풀기가 어렵습니다. 식약처도 비슷한 입장인데, 이런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해서 체외진단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답답합니다. 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적 측면이 있습니다.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부는 문제가 지속되자 지난해부터 두 단계를 동시에 시작할 수 있도록 개선안을 내놨지만, 어째뜬 기업 입장에서는 1단계·2단계 순으로 허가를 받든, 두 단계를 동시에 진행하든 비용과 시간은 별로 달라지는 바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공적 보험이 갖춰진 유럽 같은 경우는 우선 인허가를 받으면 바로 시장에 비급여로 제품을 팔 수 있습니다.
감사원도 지난해 식약처와 복지부의 이중규제 문제에 대해서 지적했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고,
이번에 입법예고를 하는 식약처도 답답함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주무부처가 다르다 보니, 이러쿵 저러쿵을 할 수 없다는 거죠.
정부의 한쪽 부처에서는 R&D 비용을 지원하면서 연구를 독려하는 반면 다른 부처에서는 새로운 기술로 개발된 제품에 대한 시장진입을 막고 있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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