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흔들리는 구조조정...반복되는 악순환

정재홍 기자

입력 2017-03-23 16:45  

<앵커>
우리나라의 기업구조조정은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원칙과 상식을 지키며 구조조정에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잊을만하면 터져나오는 실패의 악순환은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악순환의 대표적인 사례를 정재홍 기자가 정리해드립니다.
<기자>
1999년 11월.
한때 재계 2위를 자랑했던 대우그룹은 IMF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김우중 회장과 사장단이 동반 퇴진하면서 해체됐습니다.
당시 대우그룹의 해체는 `큰 기업은 죽지 않는다`는 의미의 이른바 `대마불사` 원칙을 깬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데요.
정부는 부채비율이 800%에 육박하던 대우그룹에 선진국 기준으로 부채비율 잣대를 들이댔고, 회사채와 기업어음(CP) 한도액도 제한해 결국 대우는 공중분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우그룹 사태가 외국의 눈치를 보느라 적절한 지원을 못한 사례라면, STX조선해양은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과도한 지원으로 구조조정에 실패합니다.
세계 4위 조선소였던 STX조선은 무리한 저가수주에 따른 대규모 손실과 횡령, 배임 등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위기에 빠졌는데요.
회생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에도 당국은 정치권과 여론에 떠밀려 "지역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한다"며 추가 지원에 나섭니다.
3년간 4조5,000억원이 투입됐지만 회생은 커녕 추가손실이 이어졌고 `특화 중소형 조선소`를 만든다는 계획도 채권단이 분열, 결국 STX조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갑니다.

동부그룹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아예 경영진과 채권단이 대놓고 서로를 비방하다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친 사례입니다.
이렇게 `원칙없는 구조조정`이란 비판에 시달렸던 정부는 지난해 조선·해운 구조조정을 시작하며 `선자구 노력- 후지원`의 구조조정 원칙을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바로 한진해운이 그 첫번째 타깃이었죠.
세계적인 해운 물동량 감소에 시달리던 한진해운은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부족자금 1,400억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올 2월 법정은 한진해운에 파산선고를 내렸습니다.
당국은 구조조정 원칙을 지켰다며 자평했습니다.
하지만 경영 실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최대주주의 자구노력만 강조했을 뿐, 국내 1위 해운사의 가치와 그 여파를 저평가한 댓가는 컸습니다.
국민과 지역경제를 볼모로 잊을만 하면 반복되는 원칙없는 구조조정. 이제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라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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