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예원 "매 순간 '파이팅'하면서 사는 게 쉽지 않다"[인터뷰]

입력 2017-03-22 11:04  


배우라는 직업이 겉으론 화려해 보여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녹록지 않다. 실제로 인터뷰를 나눴던 많은 배우가 `배우`라는 직업을 두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은 일반 직장인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물론, 노후에 대한 걱정도 하고 있다. 데뷔 17년 차 배우 강예원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비정규직을 소재로 한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을 촬영하며 유독 그런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는 그.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강예원은 취업을 위해 온갖 스펙을 쌓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택시기사까지,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는 만년 구직자 `장영실`을 연기한다. 강예원은 장영실을 보다 실감 나게 그려내기 위해 커다란 돌돌이 안경은 물론,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주근깨 분장을 감행했다.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망가지기를 주저하지 않은 그녀. 이렇게 망가지면서까지 그녀가 이 영화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일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코미디 장르다. 지금까지 해온 장르의 틀을 깬 느낌인데, 어떤 요소에 끌려서 이 영화를 하게 됐나.
전체적인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고 비정규직이라는 틀이 저랑 닮아있어서 공감이 가더라. 배우라는 직업이 경쟁에서 밀리면 뒤처지고, 항상 불안한 것 같다. 보장된 삶, 안정된 삶을 살면 행복지수도 높아질 텐데. 사회적인 변화가 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이유도 있다. 관객이 웃으면서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뽀글머리부터 돌돌이 안경까지. 내추럴한 모습이다.
예뻐 보이고 싶은 욕심은 없다. 역할에 충실한 게 우선이고, 또 요즘은 자연스러운 게 더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엔 화려하고 예쁜 역할을 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껏 꾸민 게 촌스럽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가 참 좋더라. 그래서 남들은 제 영화를 보고 망가진다고 하는데 난 망가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자 배우가 투톱으로 나선 영화다. 사실 여자 배우가 주연으로 나와서 크게 흥행한 영화가 별로 없었다.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나.

일단 이런 영화가 나한테 와준 게 감사하다. 사실 나도 큰 영화에 들어가고 싶다. 쉽게 갈 수 있으면 쉽게 가고 싶을 때도 많고 힘들게 작업하는 거에 지쳐있다. 매 순간 파이팅 하면서 지내는 게 쉬운 건 아니지 않나. 요즘엔 조금 힘 빠질 때도 있고, 외로움을 느낄 때도 많다. 그래도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서 `날보러와요`처럼 해내고 싶은 오기가 생긴다. 작년에 백만 넘었으니까 조금씩 늘어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큰 영화를 하게 되면 좋겠지만, 난 그냥 영화가 좋을 뿐이다. 연기를 계속할 수 있으면 만족할 것 같다. 이 영화를 성공 시켜야 더 많은 여배우 주연 영화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여배우 중심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자꾸 원하기만 하는 것도 모순이고, 내가 더 열심히 해서 이것저것 해보고 하나씩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런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촬영이 힘들었다고 했는데, 가장 힘든 건 뭐였나.
코미디는 너무 오버해서도 안 되고 모자라서도 안 된다. 그러면 재미가 없다. 그 적정 수준을 지키는 게 힘들었다. 특히 강아지랑 소통하는 장면은 정말 힘들었다. 이 장면이 중요하고, 이걸 망치면 전체가 망가진다는 생각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영실이 강아지를 흉내 내는 장면 말하는 건가? 이 장면에서 영실은 취직을 위해서 딴 자격증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써먹지 않나. 어떻게 보면 웃긴데 되게 슬픈 장면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저런 자격증을 땄을까 생각이 들고.
단순히 멍멍만 한다고 해서 전달이 되는 게 아니다. 온몸으로 표현할 때 뒷모습이 처절해 보였다. 그 장면 촬영할 때 너무 힘들어서 `사는 게 너무 힘들다. 쉬운 게 없다`고 말했다. 그 장면을 촬영할 때 아무도 웃지 않았다. 모두가 고통스럽게 쳐다봤다.
`날보러와요` 때는 연기에 대한 답을 찾은 느낌이었다. 이번 영화를 찍고는 어땠나.
이번에는 지쳤다. `내가 너무 열심히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도전이다. 최근에는 그림 그릴 시간도 없이 바빴다. `좀 쉬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한다. 그나마 예능에 출연하는 게 쉬는 거다. 예능에서는 그냥 강예원으로 살아도 되니까.
예능을 통해 보이는 이미지에 대한 부담은 없나.

사람들은 금방 까먹는다. 몇 달 얼굴을 안 보이면 또 까먹는다. (웃음) 그리고 사람들은 연예인에 그렇게 관심이 없다. 요즘 여배우들 일도 별로 없는데, 예능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예능을 통해 나의 좋은 점이 잘 표현될 때도 있기 때문에 예능 출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냥 코미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메시지가 있는 영화더라. 청년의 현실이 잘 반영된 것 같다.
항상 그런 생각을 해왔다. 다큐같은 걸 보면 희망이 있어야 목표를 갖고 사는데, 자꾸 열심히만 하라고 하니 막막하다. 그래도 사회적인 물의를 안 일으키고 열심히 연기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쉬고 싶다고 하더니 연기는 왜 이렇게 열심히 하나.
인생이 그런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걸 얻었다고 좋은 게 아니다. 일이 있으면 있는 대로 힘들고, 일이 없으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항상 고통의 연속이다. 살아있는 게 고통인 것 같다. 사회적인 안정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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