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봉한 영화 `보통사람`에서 의도치 않게 이미지 변신을 한 배우가 있다.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와는 상반된 역할을 맡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가발은 절대 쓰지 않는다`는 본인만의 철학을 깼기 때문.
`보통사람`은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상호는 극 중 자유일보 대기자 추재진 역을 맡았고, 해당 역할은 군사독재정권 하에서도 할 말은 하는 진정한 언론인이다. 그를 최근 서울 모처에서 만나봤다.
Q. 촬영은 부산에서 했다고 들었다. 부산을 촬영지로 정한 이유가 있나?
A. 70%~80% 넘게 부산에서 찍었다. 부산에는 80년대를 재현할 만한 게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Q. 80년대라는 시기가 사람들의 기억에 따라서 평가가 다른 시기다. 배우 김상호가 생각하는 80년대는 어땠나?
A. 각자가 바라보는 시대상이 있겠지? 우리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사람들이 우리 영화를 편하게 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찍었다. 과하지 않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Q. `편하게 봤으면 한다`고 말했지만 어쩔 수 없이 `보통사람`은 시대적 배경 때문이라도 사회적인 문제를 담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뭘 느낄 수 있을까?
A. 기자들이 많이 가는 곳은 트러블이 일어나는 곳이다. 이야기꾼도 똑같다. 태평성대였던 역사적인 시대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찾아낼 가능성보다 혼돈의 시대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확률이 높다. 그래서 시기를 정하는 데 있어서 80년대로 정한 거다. 답답하고, 가려져 있고 한 사건이 터지면 다른 가십거리로 큰 진실들이 뭍힌다는 것을 전하고 싶은 영화다.
Q. 정말 시국이 공교롭게 겹쳤다.
A. 찍을 당시에는 정말 개봉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상적인 개봉이 탈 없이 됐으면 했는데, 공교롭게 시국이 잘 겹쳤다. 지금은 손익분기점만 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투자해주신 분들이 손해는 안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Q. `보통사람`을 찍기 전에 투자가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하겠다고 결정한 건 왜일까?
A. 시나리오가 정말 재밌었다. 작품이 재밌어 보여서 한다고 한 것이다. 시나리오가 잘 안 읽히면 나는 선뜻 한다고 말하지 못한다. 이번 영화는 시나리오가 잘 넘어갔다.
Q. `보통사람`은 본인에게 어떤 작품인가?
A. 나는 가발을 쓰는 것을 되게 두려워했다. 그렇게 꾸미는 것에 대해 의지하게 될까 봐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그 두려움을 극복해준 영화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 애들이 컸을 때 봐도 `아버지가 괜찮은 영화 찍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Q. 왜 가발을 쓰는 게 두려웠을까?
A. 내가 대머리란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가발을 쓰면 웃기지 않을까 싶었다. 뭔가를 꾸미기보다 내 모습 그대로 승부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근데 감독이 `절대 그렇지 않다. 이제껏 보여준 김상호의 모습과는 차별화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이야기를 처음에 했다. 근데도 그 당시에는 거절했다.
Q. 왜 거절했나?
A. 그냥 처음에 선뜻 용기가 안 났던 것 같다. 감독님이 재차 괜찮다고, 자기가 책임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쓰긴 썼는데, 머리에 1kg 짜리 물건이 올라와 있는 듯했다. 촬영 7일 정도 됐을 때 내 머리카락이 된 것 같았다.
Q. 그럼 가발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뀐 건가?
A. 맞다. 앞으로 필요하다면 가발 착용을 사양만 하진 않을 것 같다. 이 작품 자체는 내게 참 좋은 기운을 준 작품이다. 가발 쓴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나 반감도 사라지게 해줬다.
Q. 마지막으로 `보통사람`을 볼 관객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A. 관객들이 재밌게 봤으면 좋겠다. 과하게 뭔가를 찾으려고 하기 보다는 편안하게 봤으면 좋겠다.
사진=오퍼스픽쳐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