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늘린다는 당국·줄인다는 업계…서민금융 '동상이몽'

이근형 기자

입력 2017-04-0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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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 대출지원을 놓고 당국과 업계로부터 서로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당국은 서민금융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반면 정작 이를 시행할 업계는 종전보다 서민금융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3일인 오늘부터 미소금융과 햇살론 등 서민금융 대출 요건을 크게 완화한다고 밝혔다. 미소금융 지원 대상이 신용등급 7등급 이하에서 6등급 이하로 확대되고, 햇살론이나 새희망홀씨 등 취약계층 지원대출 대상도 연소득 3,000만원 이하에서 3,500만원 이하로 넓어진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취약계층이 자금난을 해소하는 데 어느정도 보탬이 될 것처럼 보인다. 실제 산술적으로 생각해봐도 이번 미소금융 지원대상 완화로 저신용·자영업자 355만명이 추가로 미소금융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업계의 사정이다.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대출을 팔아봐야 업계 수익성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한 2금융권 관계자는 "서민금융 상품 대상이 완화됐다지만 과연 업계가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설 지는 의문"이라고 토로한다. 그는 "연초부터 당국이 2금융권 대출 옥죄기에 나서고 있다"면서 "어차피 늘릴 수 있는 대출 총량이 제한돼 있다면 업계는 수익이 안되는 상품부터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밝힌 `수익이 안되는 상품`이란 소위 스탁론이라 불리는 주식담보대출과 각종 정책금융대출이다. 대출 이자가 주 수익원인 업계의 입장에서라면 너무도 당연한 조치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업계가 정부의 권고를 거스를 때의 일이고, 언제나 그렇듯 상황은 결국 당국의 승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관련 법이나 규정이 없어도 간접적인 방법으로 당국이 업계를 관리하는 이른바 `그림자규제`가 있으니 말이다. 실제 또다른 2금융권 관계자는 "업계의 사정과는 관계없이 취약계층 지원대출이 결국 당국의 뜻대로 될 것"이라며 자조섞인 전망을 내놨다. 쉽게 말하면 당국이 업계의 팔을 비틀어 수익이 나지 않는 서민금융 대출상품의 판매를 종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아마도 대출 소비자라면 이같은 소식이 당장 반가울 지 모른다. 더 많은 취약 저신용자들이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미 대출옥죄기로 인해 올해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돈이 안되는 상품을 울며 겨자먹기로 팔아야 하는 이중고가 예상된다. 이같은 반(反)시장적 조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수익성이 악화된 2금융권은 갑자기 문을 닫거나 약탈적 대출의 강도를 더욱 높여갈 것이다. 결국 소비자 역시 불이익을 피해갈 수 없다.

세 가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정책금융이든 민간금융이든 과연 취약계층에게 빚을 권하는 일은 바람직한가. 이를 위해 정부가 민간회사의 자유롭게 영업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어디까지 용인될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취약계층 위기의 주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 부진과 관련해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부가 그에 따른 뒷수습을 민간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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