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여자대표팀의 선전을 보여주는 순위표(사진 = 대한축구협회) |
마음은 간절했지만 현실의 거리감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 태극낭자들은 기적이나 다름없는 큰 일을 해내고 말았다. 세계 정상급 실력을 자랑하는 북한 여자축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힘이 된 셈이다. 그것도 그들의 홈, 평양에서 열린 예선 일정에서 얻은 쾌거였기에 더욱 기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윤덕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11일 오후 6시 30분 평양에 있는 김일성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아시안컵 2018 예선 B조 우즈베키스탄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간판 골잡이 지소연의 멀티골 맹활약에 힘입어 4-0의 대승을 거두고 당당히 조 1위 자격을 따내면서 2018 여자 아시안컵 본선(개최국 요르단)에 올랐다. 아울러 그 아시안컵이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 예선전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여자축구를 위한 가장 기쁜 봄소식을 전해준 셈이다.
묘하게도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가 이번 B조 일정 마지막 경기였다. 경기 전까지 한국 여자대표팀은 기록면에서 북한과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야말로 골 득실차로 최종 순위가 갈라지는 일만 남은 것이었는데 바로 그 일을 정확하게 해낸 것이다.
경기 시작 후 21분만에 유영아의 선취골로 기분 좋게 출발한 한국 여자대표팀은 곧바로 2분 뒤에 간판 골잡이 지소연이 1위를 확정짓는 추가골을 터뜨려 꿈같은 일을 이뤘다.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주장 완장을 찬 조소현이 쐐기골을 넣었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었다. 마침 조소현은 이 경기가 A매치 100경기가 되는 기념비적인 날이었기에 센추리 클럽 자축골의 영광까지 누린 것이다. 그리고 지소연이 후반전 시작 후 8분만에 쐐기골까지 넣으며 더 이상 군말 없는 완승을 거두고 말았다.
이 기적의 발걸음은 지난 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북한과의 라이벌 매치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역대 전적으로 봐도 세계 여자축구 정상급 실력을 갖추고 있는 북한과의 경기는 매우 까다로운 일이었다. 최근 북한 여자축구의 새로운 별로 떠오른 승향심에게 전반전 추가 시간에 먼저 골을 내줘 패색이 짙던 후반전에 공격형 미드필더 장슬기가 기막힌 타이밍의 동점골(76분)을 터뜨린 것이다.
전반전에 페널티킥까지 내준 바 있으니 어웨이 경기의 어려움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다행스럽게도 골키퍼 김정미의 페널티킥 슈퍼세이브 덕분에 한숨을 돌렸고 우리 선수들은 끝까지 1-1 점수판을 지켜낼 수 있었다. 윤덕여 감독은 1골을 지켜내기 위해 수비 위주의 경기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 `정설빈, 전가을, 이소담` 등 후반전 교체선수들의 이름만으로도 그 어느 때보다 당당히 맞섰다는 것을 웅변했던 것이다.
그리고 상대적 약체라 할 수 있는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 우리 여자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득점 집중력을 높였다.
[북한 8-0 인도 / 한국 10-0 인도], [북한 5-0 홍콩 / 한국 6-0 홍콩]
이 두 경기 결과가 골 득실차를 따져서 1위를 차지한 비결이 된 것이다. 이번 예선 리그 개최국 북한에게 지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조 1위에게만 주어지는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을 따낼 수 있다는 믿음이 태극낭자들을 춤추게 했던 셈이다.
이 쾌거 덕분에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여자월드컵 본선 진출 희망가를 계속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7일 장슬기가 터뜨린 기적의 동점골 가치가 놀라울 뿐이다.
AFC 여자 아시안컵 2018 예선 B조 결과(11일 오후 6시 30분, 김일성 스타디움-평양)
★ 한국 4-0 우즈베키스탄 [득점 : 유영아(21분), 지소연(23분), 조소현(42분), 지소연(53분)]
◇ B조 최종 순위
1위 한국 10점 3승 1무 21득점 1실점 +20
2위 북한 10점 3승 1무 18득점 1실점 +17
3위 우즈베키스탄 6점 2승 2패 9득점 10실점 -1
4위 인도 3점 1승 3패 3득점 25실점 -22
5위 홍콩 0점 4패 1득점 15실점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