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증권사들이 초대형IB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너도나도 해외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나마 새로운 먹거리가 해외부동산이라는데,
국내 증권사끼리 경쟁해 비싼 가격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오거나 성급한 투자로 재매각에 애를 먹는 등 각종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보미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지난해 금융당국의 IB육성방안 발표 이후, 해외부동산 투자는 증권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이자 관심사가 됐습니다.
자기자본과 현지 금융권대출을 통해 해외 유망 부동산을 매입한 뒤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지분을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단기간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권사들간 IB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에 치중한 나머지 무리하게 투자를 감행하는 증권사들이 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증권사들이 해외에 나가 매입한 대형 부동산들 중 재매각이 안돼 골치를 앓는 물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A 증권사 관계자
“요즘 시장 자체가 기관들 소화가 잘 안됩니다. 물량이 많이 나온 것도 있고... 투자자 중에는 특히 보험사들이 부동산 에쿼티 투자를 적극적으로 못하는 상황이어서…정체 상태인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증권사들은 부동산 매입 후 3개월, 길게는 6개월 내에 재매각을 완료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미래에셋대우와 하나금융투자, HMC투자증권이 공동 투자해 매입한 노보노디스크 미국 본사 사옥은 인수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전체 투자금액의 약 40%에 달하는 700억원을 처리하지 못 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의 프랑스파리 노바티스빌딩, 삼성증권의 독일프랑크프루트 코메르츠방크타워, NH투자증권의 호주시드니 적십자 건물 역시 재매각을 진행 중이지만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문제는 이처럼 해외에서 투자한 부동산을 재매각하는 데 시간이 지체될수록 현지 금융권 대출 등으로 조달한 자금의 이자부담이 늘어난 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미국은 연내 많게는 3~4번의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
국내 증권사들끼리 과열 경쟁으로 해외에서 부동산 가격을 높여 수익성을 도리어 떨어뜨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인터뷰> B 증권사 관계자
“사실은 우리에게 왔던 투자제안인데 안했거든요. 그런데 (C증권사가) 그걸 덥썩 잡더라고. 경쟁이 치열해서 우리나라 플레이어들끼리. (이렇게 되면) 당연히 수익률이 떨어질 거 아니에요. (연기금도) 비싸게 사온 거 다 알거든요.”
당장 자기자본을 늘려놓은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100% 내에서만 허용하는 기업신용공여 한도 등 각종 규제로 인해 해외부동산 등 대체투자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항변하지만 성과 경쟁에 치우친 해외부동산으로의 투자 쏠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보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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