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 혼합단지, 즉 ‘소셜믹스’를 공급하고 있는데요.
임대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겠다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잘못된 제도로 인해 주민 갈등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지효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이곳은 한 단지 안에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가 섞여 있는 혼합단지, 이른바 '소셜믹스' 아파트입니다.
소득이 다른 계층 간 화합을 도모하자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입주민간 갈등으로 조용한 날이 없습니다.
같은 주민인데도 임대아파트 거주자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할 자격도 주어지지 않는 등 각종 차별이 난무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임대아파트 거주자
"계약서 사인 끝나자마자 입주자모임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내밀더라고요. 황당했지만 안 할수가 없었죠."
현행법상(공동주택관리법) 아파트 관리에 필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주민’은 주택 소유자와 이들로부터 집을 빌린 임대인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공공기관과 계약을 맺은 임대가구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주민’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결국 자기 발언권이 없는 임대아파트 거주자는 분양아파트 거주자들의 결정을 그대로 따르라는 이야깁니다.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계층간 화합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임대주택을 아무리 잘 섞는다, 골고루 섞는다 하더라도 거기에 거주함에 따른 낙인효과가 생기고, 분양받은 사람과 임차인 간의 갈등관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분양아파트 입주민들은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임대주택특별법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 등 관리비의 일정 부분을 감면받고 있는 만큼,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일부 아파트 단지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가 앞장서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 사이에 철조망을 설치하기로 결정하는 등 폐해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기자 스탠딩>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기 위해 도입한 ‘소셜믹스가’ 오히려 주민 갈등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이지효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