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알선수재, 국고 보조금 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더벤처스 호창성 대표에 대해 1심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당시 이 사건은 스타트업 시장을 뒤흔드는 큰 이슈가 됐다.
호창성 대표의 국고 보조금 비리 혐의는 2013년 8월부터 중소기업청에서 운영하는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프로그램)’에서 비롯됐다.
팁스는 정부에서 지정된 팁스 운영사가 스타트업을 선별해서 최소 1억 원을 투자하면 정부가 해당 스타트업에 최대 9억 원 상당에 후속지원으로 창업자금 3억원, 기술개발 5억원, 해외 마케팅 1억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호창성 대표는 이 과정에서 정부 지원금을 명목으로 5개 스타트업으로부터 30억원 상당의 지분을 무상으로 취득했고, 양도받은 지분을 숨기기 위해 허위 투자계약서를 작성해 정부 보조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이에 검찰은 더벤처스를 압수수색했고 호창성 대표를 스타트업 지분 알선수재 및 허위 투자계약서 작성 혐의로 구속했다. 1차 공판에서 검찰은 불공정한 내용이 담긴 계약서를 증거로 제출했고 호창성 대표의 변호인은 계약서가 ‘팁스` 제도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이후 보석으로 풀려난 호 대표는 2차 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7년과 29억원 추징을 구형 받았다.
만일 스타트업 투자 당시 ‘팁스 프로그램에 반드시 선정되게 해주겠다’라거나, 팁스 프로그램 운영 공무원에게 금품 및 뇌물을 제공해서 창업 팀을 선정하고 지분을 이전받았다면 분명한 불법행위다.
그러나 투자금 이상의 지분을 받은 부분에 대해 IT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에 투자가 진행되는 경우 개별 투자자가 보유한 지식, 노하우, 기타 사업과의 연관성 등 종합 변수를 고려하여 투자사와 스타트업 사이에 지분이 결정되기 때문에 무조건 과도한 지분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더벤처스 사건의 경우 팁스 프로그램 운영지침에도 운영사의 보육 서비스를 고려하여 지분을 취득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더벤처스가 추가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근거가 있었다. 이와 같은 점이 인정되어 서울중앙지법은 더벤처스 호창성 대표에 대해 1심 무죄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지난해 스타트업계를 술렁이게 했던 이 사건은 팁스 프로그램의 정확한 운영방향과 취지에 대해 널리 알려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털(VC), 엑셀러레이터 등은 아이디어, 구성원, 기술력, 시장 전망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투자함으로써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회사의 지분을 얻는다.
안희철 변호사는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 위험성이 매우 크다. 이에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회사를 엔젤투자자라고 부른다. 즉, 큰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자하는 천사라는 뜻이다. 그런데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단순히 사업 아이템이나, 기술력, 또는 성장 가능성 등만을 고려해서 투자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재무제표 등은 굉장히 취약한 경우 역시 많다. 이에 기업가치를 평가하기가 매우 어려운 측면이 많으며, 팁스 프로그램 등을 통해 투자 시 국가의 보조금을 함께 받는 경우 국가보조금을 받게 해준다는 명목으로 과도한 지분을 확보하였다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계약서 등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위 사례와 같은 소송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팁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사의 경우 투자 이후 보육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문서로 기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안희철 변호사는 한국엔젤투자협회 팁스 프로그램 특별평가위원회와 특별점검위원회에 위원 및 위원장으로서 더벤처스가 팁스 프로그램 운영사로서 계속 지위를 유지할지 여부 등에 대한 논의 및 결정에 참여하였으며, 결과적으로 더벤처스는 팁스 프로그램 운영사로서 지위를 유지하게 되었다.
안희철 변호사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서 더벤처스 사건과 같이 투자자를 위축시키는 사건은 더 이상 발생하여서는 안 되며, 스타트업 및 투자자 역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지 않도록 정확한 법률자문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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