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통원버스에 어린이가 장시간 갇힌 채 방치되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
23일 과천시에 따르면 관내 대형 어린이집에 다니는 A군(만 4세)이 지난 12일 오전 통원버스를 타고 등원하던 중 잠이 든 뒤 약 2시간 30분 동안 차 안에 방치돼 있었다.
시는 사건 발생 11일만에야 이 같은 사실을 확인, 해당 어린이집을 이날 경찰에 고발했다.
과천시 관계자는 "어린이집 CCTV를 살펴본 결과, 다른 아이들은 사건 당일 오전 9시50분 모두 하차했고, A군은 낮 12시 20분에야 어린이집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학부모 측도 사건 발생 뒤 열흘 넘게 어린이집 측과 다투며 고소를 미루다 시가 경찰에 고발한 이날에야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과천시는 경찰 고발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월요일인 15일 학부모가 시에 전화로 사건 발생 사실을 알렸으나 어린이집 이름 등에 대한 정보는 목요일인 18일 알려줬고, 주말인 19일에야 어린이집을 방문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가족이 다시 전화를 걸어와 시의 대응책을 물은 뒤 `내가 신고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시는 어린이집으로부터 사건에 대한 경위서를 받지 못해 22일 어린이집을 다시 방문해 CCTV를 확인한 뒤 곧바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고소 또는 고발이 늦어지는 동안 A군은 전문의의 상담이나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집에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시 관계자는 "사건 발생 후 닷새가 지난 17일 학부모와 통화했을 때 `신경정신과에 데려갔지만 아이가 무서워해 돌아왔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우선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병원 대신 놀이치료가 가능한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데려가 전문의와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학부모 측에서 처음 시에 사건 발생 사실을 알렸을 때 경기도 아동보호 전문기관 연락처를 알려주고 빨리 아이를 데려갈 것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학부모 측이 어린이집 측과 직접 합의를 시도하며 고소를 미뤘다는 증언도 나왔다.
어린이집 측에 따르면 학부모 측은 사건 발생 뒤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고, 어린이집 측에서는 학부모 측과 합의하려 했으나 구체적 논의 과정에서 대화가 결렬됐다.
어린이집 측은 당일 A군을 오후 4시 40분 경 어린이집 차에 태워 집으로 보낸 뒤 담임이 A군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등원 때 10∼20분 정도 아이가 잠이 든 채로 버스에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군 학부모 측은 어린이집 인터넷 카페에 올려진 사진을 통해 A군이 오전 일과에 참여하지 않은 사실을 파악하고, 담임에게 전화를 걸어 따지는 과정에서 사건 전모가 드러났다.
학부모 측은 A군이 행동장애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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