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혐오 사회다. 혐오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계속 확장된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향했던 혐오가 세월호 유가족 등 여느 사람들에게까지 확장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아직 둔감하다. 혐오를 혐오라고 부르지 않으며 혐오가 생산되는 방식도 문제 삼지 않는다.
혐오하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관대하고, 심지어 관대하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정부 또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혐오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최근 들어 혐오하는 사람들의 적대적 발언과 행동이 급격하게 늘고 과격해지고 있다.
따라서 혐오를 혐오라고 분명하게 말하는 데서 혐오 끊기는 시작될 수 있다. 그래야 문제로 인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간 《그건 혐오예요》는 혐오의 주 표적인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성소수자, 동물 등 사회적 소수자를 중심으로 어떤 말과 행동들이 혐오인지 짚고 혐오가 어떤 배경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지 그 뿌리와 메커니즘도 추적한다.
아울러 혐오를 끊을 방법도 모색한다.
저자는 우리가 혐오에 잠식되지 않고 혐오와 싸워 이길 유일한 방법은 “타자에 대한 공감”뿐이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말하는 공감이란 무엇일까.
"연민은 내 입장에서 그를 바라보는 것이고, 공감은 그의 입장에서 그를 바라보는 것이다. 연민은 강자인 내가 약자인 그를, 가진 자인 내가 못 가진 자인 그를, 위에 있는 내가 아래에 있는 그를 내려다보는 것이다. 반면 공감은 그의 처지에 서서 그가 보는 세상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그의 시선으로 나를, 내가 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동등한 시선으로 서로 마주 보는 것이다."
저자 홍재희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단편영화 <먼지>, <암사자(들)>을 제작, 연출했다.
자신의 아버지 삶을 통해 아버지 세대 가부장을 성찰한 장편 다큐멘터리 <아버지의 이메일>을 만들었고, 같은 제목으로 책도 냈다.
홍재희 지음/행성B잎새/228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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