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파엘 나달이 스탄 바브린카와의 결승전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사진 = 롤랑가로스) |
나달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이렇게 결승전이 싱겁게 끝날 줄은 몰랐다. 그만큼 라파엘 나달의 전성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포핸드 스트로크의 위력에서 스탄 바브린카도 빼놓을 수 없는 실력자였지만 라파엘 나달의 그것과는 비교하기 곤란했다. 클레이코트의 제왕이 다시 우뚝 일어서는 순간이었다. 나달의 언어인 스페인어로 통산 10회 우승을 의미하는 `라 데시마(La Decima) 역사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라파엘 나달(스페인, 4번 시드)이 한국 시각으로 11일 오후 10시 18분 파리에 있는 스타드 롤랑가로스 필립 샤틀리에 코트에서 벌어진 2017 프랑스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스탄 바브린카(스위스, 3번 시드)와의 결승전에서 3-0(6-2, 6-3, 6-1)으로 완승을 거두고 이 대회 통산 10회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메이저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으로는 보기 드물게 2시간 5분만에 끝나버린 라파엘 나달의 완승이었다.
왼손잡이 실력자 라파엘 나달은 첫 세트 여섯 번째 게임에서 보는 이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드는 스트로크 실력을 보여주었다. 스탄 바브린카의 백핸드 크로스를 받아서 포핸드 다운 더 라인을 뿌릴 때 공의 회전 속도가 무려 4075RPM(분당 회전수)으로 찍혔다. 웬만한 남자 선수의 톱 스핀 회전수가 3000RPM을 넘기도 힘든 것을 감안하면 라파엘 나달의 스트로크 속도와 회전수는 그야말로 스탄 바브린카가 받아넘길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귀중한 브레이크 포인트를 따낸 라파엘 나달은 첫 세트를 6-2로 가볍게 끝냈다. 그는 두 번째 세트에서도 초반 기세를 끌어올렸다. 스탄 바브린카의 서브 게임에서 라파엘 나달의 받아치기는 너무나 완벽해서 서버 바브린카가 단 1개의 포인트도 따내지 못하는 러브 게임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결승전 시작 후 1시간도 안 되어서 라파엘 나달의 우승 전망이 확실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첫 세트와 똑같이 45분만에 두 번째 세트를 따낸 라파엘 나달은 세 번째 세트를 더욱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스탄 바브린카가 서브를 넣으며 시작한 세 번째 세트 첫 게임에서도 나달은 세 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만들어냈고 자신감 넘치는 포핸드 역크로스로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클레이 코트에서 놀라운 수비 범위를 자랑하며 아예 돌아서서 마음껏 때리는 포핸드 스트로크의 기술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것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세트 5-1로 라파엘 나달이 앞선 상태에서 바브린카가 서브권을 쥐고 있었지만 역시 거기서도 2개의 챔피언십 포인트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라파엘 나달은 위력적인 포핸드 크로스로 스탄 바브린카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 공을 급하게 발리로 처리한 바브린카는 네트를 넘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반대쪽 코트에서 우승을 확인한 라파엘 나달은 붉은색의 앙투카 코트에 그대로 드러누워 통산 10회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올해 열린 첫 번째 메이저 대회인 호주 오픈에서 준우승하면서 부활한 라파엘 나달이 가장 익숙한 파리의 필립 샤틀리에 코트를 다시 평정한 날이었다. 라파엘 나달의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 숫자는 이로써 15개로 늘었다.
▲ 코트 바닥에 드러누워 통산 10회 우승의 기쁨을 누린 라파엘 나달(사진 = 롤랑가로스) |
2017 프랑스 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 결과(11일 오후 10시 18분, 필립 샤틀리에 코트, 파리)
★ 라파엘 나달 3-0(6-2, 6-3, 6-1) 스탄 바브린카
- 소요 시간 : 2시간 5분
◇ 라파엘 나달의 그랜드 슬램 타이틀(통산 15회) 기록
호주 오픈 1회 우승 : 2009년
프랑스 오픈 10회 우승 : 2005년, 2006년, 2007년, 2008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 2017년
윔블던 2회 우승 : 2008년, 2010년
US 오픈 2회 우승 : 2010년, 201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