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SK의 이번 도시바 인수 성공을 두고 업계에선 과거 하이닉스 인수 당시 그랬듯 최태원 회장의 뚝심이 또 한 번 통했다는 분석입니다.
일본 정부와 도시바 경영진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고 전략적 동반자로 접근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임원식 기자입니다.
<기자>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SK의 도시바 메모리 사업 인수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 기업에 도시바가 넘어가는 걸 일본 정부가 부담스레 여긴 것으로 알려진 만큼
많은 일본 언론들이 미국계 브로드컴-실버레이크 컨소시엄을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을 깨고 최후의 승자는 SK로 결정났고 업계에선 최태원 회장의 승부수가 결국 일본 정부와 도시바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번 인수전을 준비하면서 최 회장은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도시바의 경영권 확보보다는 전략적 동반자로 접근했습니다.
지난 4월 일본 출장길에 앞서 최 회장은 "단순히 돈 주고 산다는 개념을 넘어 좀 더 나은 개념으로 살펴 보겠다"는 의미 심장한 말을 남깁니다.
이후 지난달 19일 2차 입찰에서 베인캐피털과 손잡고 도시바 지분 51%를 사들이는 한편 나머지 지분 49%는 일본계 투자자에게 넘기겠다는 이른바 한미일 연합 형태의 인수안을 제안합니다.
연합 형태의 특수목적 회사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을 인수한다는 전략으로 결국 국가 전략산업의 해외 매각에 위협을 느끼고 있던 일본 정부는 물론
도시바의 새 주인보다는 든든한 우군으로 다가가면서 경영권 상실과 고용 불안 등에 낙담해 있던 경영진의 마음도 돌려 세웠습니다.
올해 경영방침을 '혁신을 넘어 딥 체인지(Deep Change)'로 제시한 최 회장은 반도체 뿐만 아니라 화학과 바이오, 유통분야에서도 M&A와 합종연횡을 주도하면서 하나씩 구체화 하고 있습니다.
최 회장이 주도하는 '딥 체인지' 경영이 SK그룹의 변화를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지 주목됩니다.
한국경제TV 임원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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