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신의 한 수' 입니다.
한미일 연합군을 꾸린 SK하이닉스가 일본 최대 반도체 기업 도시바 인수 전에서 우선협상자가 됐습니다. 당초 일본 기업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습니다. 막대한 인수 자금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습니다. 중국, 대만 기업들과의 가격 경쟁에 휘말려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걸리는 거 아닌가라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수전의 구조는 20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 중 3조만 부담하면서도 한미일 연합군 중 어디에도 반도체 기업은 없습니다. 미국의 베인 캐피털, KKR같은 사모펀드와 일본의 민간은행과 정책금융기관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물론 경영권 인수가 아니라고 폄하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 막대한 돈을 들여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 보다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앞으로 SK하이닉스가 어떻게 하느냐와 반도체 특히 낸드 플래시 업황이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따라 지형도가 많이 바뀔 수는 있을 겁니다.
전에도 한번 말씀 드렸습니다만 한일간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듯이 우리 기업과 일본 기업의 문화는 굉장히 많이 다릅니다. 여기에 일본의 정서는 자신들의 대표기업을 외국 특히 아시아 권에서 사가는 것에 대해 매우 큰 거부감이 있습니다. 대만의 홍하이가 샤프를 인수한 이후에 일본의 여론이 얼마나 나빴습니까? 여기에 도시바까지 넘어가는 걸 일본 정부도 그리고 도시바 경영진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이번 한미일 연합군의 구성 상 미국의 사모펀드는 앞으로 몇 년간 도시바를 정상화시켜 튼 수익을 내려 할 것이고 일본의 미쓰비시도쿄UFJ은행도 마찬가지일거고 경영상 가장 강한 영향력은 역시 일본 산업 혁신기구와 일본투자은행이 될 것입니다. 바로 여기가 일본 정부의 영향력 하에 있는 투자자들이니까요.
SK하이닉스가 3조원을 내고 그것도 형식상 융자를 해주고 경영에 관여하거나 도시바의 기술을 탐내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 3조원은 그저 이자 받고 끝나는 융자금이 될 것입니다. 이 3조원을 기반으로 도시바의 경영권까지 확보하고 삼성전자에 필적할 반도체 기업으로 우뚝 서려면 이들에게 신뢰를 줘야 합니다. 그리고 일본 기업을 경영할 수 있을 만큼 일본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SK하이닉스는 3조원을 들여서 그러한 시간을 산 셈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딜의 조건을 알 수는 없습니다. SK하이닉스가 우선 매수 청구권 같은 향후 투자의 회수기에 유리한 조건을 달았는지 단순 융자의 형태인지 말입니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인수전을 지휘한 최태원 회장으로서는 감회가 새로울 겁니다. 5년전 주의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어의 상태에서 하이닉스를 인수했었죠? 통신, 정유 등 소비재 내수라는 그룹 이미지에 반도체라는 수출 산업재로의 도전을 한지 6년이 채 안됐습니다만 이제 일본 반도체 산업의 원조격인 도시바 인수에 나선 겁니다. 그런데 이 인수전에 낸 3조원 SK하이닉스가 아마도 이번 분기에 버는 영업이익 정도가 될 것입니다. 한 분기 벌어서 도시바 인수 대금을 낼 수 잇는 상황이 됐으니 5년 전 하이닉스 인수가 얼마나 잘한 M&A였습니까?
그래서 한가지 더 부탁을 드립니다. 도시바 인수에 3조라는 비교적 부담 없는 금액을 썼다면 이제 이천과 청주에 더 큰 투자를 하십시오. 일본의 도시바보다 더 좋은 품질의 낸드 플래시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을 더 키우시기를 바랍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조만간 이 시장에 들어온다고 합니다. 일본도 금액 불문하고 중국에는 못 넘긴다는 입장이고 아마도 미국은 더 할겁니다. 지금 SK하이닉스가 할 일은 삼성전자를 위협할 정도로 빨리 쫓아가야 하는 겁니다. 우리 기업들끼리 치열한 선두경쟁을 통해서 아예 중국 기업들이 추격의 의지를 꺾어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세로 3년 5년 뒤에 도시바의 경영권 인수에 도전하기를 바랍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3조원 투자가 신의 한 수가 되게 하기 위한 또 다른 신의 한 수는 국내 공장에 대한 더 적극적인 투자입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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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제작1부 류장현 PD
jhryu@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