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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보도본부 취재기자 80명이 공동으로 전원책 앵커에게 반기를 들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5일 `TV조선 보도본부 취재기자들이 TV조선에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15일 공개 됐다.
이 글은 TV조선 `종합뉴스 9` 전원책 앵커의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래는 이 글의 전문이다.
< 1. "요즘 뉴스 중에 제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어제 정유라가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꿔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출석했느냐는 겁니다. 특검은 본인 뜻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새벽 5시에 비밀작전 하듯 승합차에 태워 데려온 것부터 석연치 않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사회부 기자들에게 검찰과 정씨 간에 뭔가 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 취재 좀 잘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특검이 지금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공여가 무죄가 되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도 무죄가 됩니다. 그래선지 박영수 특검이 직접 재판정에 나올 계획이라고 합니다. 변호인은 물론 부친인 정윤회씨까지 말렸는데도 정유라씨가 증인으로 나선 속사정은 무엇인지 잠시 뒤 짚어보겠습니다."
7월 13일 TV조선 메인뉴스 오프닝 멘트입니다. `새벽 5시 출발, 특검의 긴장,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무죄 가능성`까지 팩트 없이 일방의 주장을 담은 내용입니다. TV조선 취재기자는 위와 같은 내용을 보고한 바 없습니다. 보고 한 바 없으니, 이런 앵커 멘트가 나왔습니다. "사회부 기자들에게 취재 좀 잘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변호사는 "정유라씨가 변호인 상의 없이 이재용 삼성 부회장 재판에 출석한 것은 `불법`이다. 뉴스에서 다루고 싶다"고 한 것으로 전해 들었습니다.
결론을 내려놓은 취재 지시가 왔습니다. 팩트가 아니기 때문에 진실을 밝혀낼 수 없었습니다.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은 "진실을 전하겠다는 의지를 말한 것인데 기자들이 오해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 의지였다면 `팩트`부터 전달하면서 말해야 합니다.
또한 저희는 이 멘트를 기자에 대한 공개질책으로 이해해 문제 삼는 것이 아닙니다. 결론을 내려놓은 취재를 지시받고, 이름을 걸고 부끄러운 기사를 써야 하고, 오프닝 멘트에서 거론되는 모욕을 왜 감수해야 하는지 묻고 싶은 것입니다. 앞으로 전원책 변호사의 개인적인 의혹 제기나 사적인 의견을 TV조선 기자들이 취재해야 하는 지도 궁금합니다.
2. 다음은 같은 날 메인뉴스 클로징 멘트입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전직 대통령의 우표 발행을 취소하는 것은 너무 옹졸한 처사입니다. 저세상에서 요즘 몹시 마음이 괴로울 박정희 전 대통령님, 송구스럽다는 말씀 올립니다."
이에 대해 주 본부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과가 있고, 이 때문에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다양한 시각`이, 우리 TV조선에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TV조선 메인뉴스를 개편하면서 회사는 기자들에게 `건전보수` 아이템을 요구했습니다. 위 문장이 건전한 앵커멘트인지 다시 한 번 묻고자 합니다.
3. 위 사안에 대해 어젯밤 TV조선 기자협회 단체방에서 문제 제기가 됐습니다. 이에 오늘 회의에서 주용중 TV조선 보도본부장은 "오프닝과 클로징 모두 전원책 변호사가 아닌, 내가 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더 큰 충격입니다. 기자인 보도본부장이 팩트가 아닌 멘트를 직접 쓰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송구하다`고 한 것입니다. TV조선 기자는 개인의 메시지를 담은 메인뉴스를 제작하고 특정 세력을 위한 취재를 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이 문제를 제기한 보도본부 야근보고가, 본부장 지시로 지워졌습니다. `외부 사람`이 볼 지도 모른다는 이유였습니다.
자사 뉴스를 비판하고 또한 독려해서 좋은 뉴스를 만들자고 시작한 것이 야근보고입니다. TV조선 기자 간에 가감 없는 비판을 주고받는 유일한 창구입니다. 취재정보 시스템에 올리기 때문에, 외부인이 볼 수도 없습니다. 지워진 보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야근보고 (0714 종합뉴스9 오프닝멘트)
"사회부 기자들에게 취재 좀 잘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제대로`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전체를 비하하고 모욕하는 발언으로 판단됨.
-"박정희한테 송구스럽다"는 클로징 멘트 역시 편향적인 사견으로 보여짐.
-`종합뉴스9`은 보도본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 시간임을 명심하고, 앵커멘트 작성 시 무거운 책임감과 소속감을 갖길 바람.
-또한 최소한의 객관성과 공정성, 중립성을 지켜주길.
4. 우리는 지난해 어렵게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습니다. 이와 더불어 개편을 하면서 달라지리라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편향된 뉴스 분량이 많아졌다는 게 구성원 대다수 의견입니다. 지난해 7월부터 `박근혜 국정농단`을 최초 보도하고 모든 기자들이 똘똘 뭉쳐 의미 깊은 많은 특종을 하고도, 이제는 `우리가 보도했다`는 언급조차 통제당하고 있습니다. `건전보수 시청자`가 떠나간다는 이유입니다. 회사는 이를 `TV조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편향되며 공정하지 않은 이 정체성을 지키고자, 언론인으로서 지켜야할 자존감은 물론 재승인 탈락이라는 `생존권`까지 위협받아야 하는지 답해주십시오. 그리고 사실에 근거한 해명과 기자들에 대한 사과, 재발 방지책을 듣고 싶습니다.
언론사의 정체성은 진실을 보도하는 일입니다. TV조선은 언론사입니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청자를 위한, 부디 부끄럽지 않은 뉴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
- TV조선 보도본부 취재기자 8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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