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CEO] 박삼구의 '승부수'...묘수인가 꼼수인가

입력 2017-07-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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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두고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의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는데요. 산업부 신선미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금호산업 이사회가 수정안을 내면서 공은 다시 채권단으로 넘어갔다면서요?

    <기자>

    네, 이제는 채권단이 묘수를 내놔야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사실상 채권단과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더블스타가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인데요. 금호가 역공을 펼친 셈입니다.

    표면상으로 보면 금호가 채권단이 제시한 수정안을 받아들이는 걸로 보입니다. 사용료율 0.5%에 사용기간 12.5년이라는 채권단 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상 거부입니다. 2가지 조건을 달았는데요. 채권단이 더블스타와 계약사항을 수정해야만 가능합니다.

    <앵커>

    금호산업이 내놓은 수정안이 채권단을 당혹케 한 건데, 어떤 카드를 내놓은 건가요?

    <기자>

    우선 산업은행이 제시했던 수정안을 살펴봐야하는데요. 산업은행은 금호가 제시한 사용료율 0.5%를 수용하고 사용기간은 12.5년으로 절충하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다만 더블스타가 부담하지 않는 사용료율 0.3%에 해당하는 금액 847억 원을 매각 절차가 끝나면 채권단이 금호에 지급해 계산을 끝내겠다고 제안한 건데요. 이미 더블스타와 계약을 마친 만큼 채권단이 대신 지불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금호산업은 브랜드를 사용하는 당사자인 더블스타가 모두 지불해야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사용료 차액 또한 매각 종결에 따라 한꺼번에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지불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사용료율이 매출의 0.5%인 만큼 지불해야할 사용료가 매년 달라질 수 있는데 일괄 계산해 지급하는 것은 잘못됐단 지적입니다. 즉 더블스타가 매년 0.5%의 사용료율을 12.5년간 지불해야 한다고 수정안을 낸 겁니다. 여기에 금호가 내건 근거는 상표권은 특정기간 보상금을 받고 거래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즉 기업 회계 원칙과 거래 관행상 정해진 정상적인 방법으로 계약을 체결하자고 오히려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앵커>

    사실상 채권단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묘수를 내놓으면서 박삼구 회장이 승기를 잡은 모습입니다. 이번 수정안을 통해 금호타이어 매각을 무산시키겠다는 의도도 분명히 했고요.

    <기자>

    한 마디로 이번 수정안은 금호 입장에선 신의 한 수이자 묘수입니다. 원칙대로가자며 명분까지 내세운 거죠. 하지만 채권단과 금융계에선 금호타이어 인수에 미련을 못 버린 박삼구 회장이 ‘시간 끌기’를 시작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꼼수라는 거죠.

    사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이 제시한 수정안을 받고 꽤 당혹스러워했는데요.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 안에 담긴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실 증시도 금호가 산은의 안을 수용하는 것으로 해석하면서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 모두 7.22%, 5.43% 오르며 거래를 마치기도 했습니다. 시장도 속은 셈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생각지 못했던 제안을 역으로 받게 되면서 채권단은 당혹스러움을 넘어 난감하기까지 합니다. 산은이 더블스타와 맺은 주식매매계약, SPA를 수정하지 않고서는 상표권 문제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SPA 수정은 곧 재매각 절차를 의미하는데요. 따라서 채권단 내부에서는 "사실상 매각을 방해하기 위한 행위"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앵커>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건데요. 아무래도 금호타이어 매각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겠네요?

    <기자>

    우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채권단의 요청과 상이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거죠.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들어갔는데요. 금호산업이 제시한 요구는 계약 변경이 필요한 만큼 더블스타와 즉시 협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을 오는 9월23일까지 완료해야하는데요. 해당 날짜까지 거래를 완료하지 못하면 기존에 산은이 더블스타와 맺은 SPA는 무효가 되고 재입찰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산은이 묘수를 마련할 차례인거죠. 만약 방법을 찾지 못하면 지리한 법정다툼으로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 외에도 금호타이어를 둘러싼 논란이 많다는 점도 장기전의 가능성을 높입니다. 금호타이어 임직원의 반발과 정치권 기류가 금호타이어 ‘중국 매각’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호타이어 노조와 임원들은 "더블스타는 경영능력이 확인되지 않았고 자본구조가 취약“하다며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결사반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치권에서도 더블스타가 기술력만 갖고 국내 공장 폐쇄와 함께 임금이 싼 중국으로 떠나는 등 '기술먹튀'가 발생할 수 있다며 매각을 반대하기도 합니다.

    <앵커>

    사실,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를 놓고 지난 3월부터 채권단과 기나긴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요. 박 회장이 유독 금호타이어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나요?

    <기자>

    박삼구 회장이 상표권 문제 등으로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인데요. 박 회장의 숙원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이기 때문입니다. 무리하게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승자의 저주'라는 평가와 함께 선친에게 물려받은 그룹을 벼랑 끝 위기로 내몰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형제간 갈등까지 불러오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경영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가는 수모도 겪어야 했고요. 때문에 박 회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도 했습니다.

    복귀한 뒤에는 채권단의 지원을 통해 금호산업을 되찾는 등 그룹재건 작업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이제 남은 건 금호타이어뿐입니다. 금호타이어만 되찾으면 그룹 재건에 마침표를 찍게됩니다. 그런 면에서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양보하는 일은 기대할 수 없었던 일인지도 모르죠. 게다가 금호타이어는 세계 타이어회사 14위이자 국내 타이어업계 순위 2위입니다. 기술력이 있는 좋은 회사죠. 중국 기업에 팔자니 ‘기술먹튀’가 우려되고 박삼구 회장에게 돌려주자니 인수 능력이 안 되고...앞으로 어떻게 진행이 될지 좀 더 지켜봐야하는데요.

    결론을 내리자면 박삼구 회장은 그룹의 최고정점과 바닥을 모두 주도했던 오너 경영자로서 중대한 기로에 서있는 겁니다. 초라한 중견그룹으로 밀려나느냐,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느냐도 박 회장의 손에 달려있는 겁니다.

    <앵커> 네, 신선미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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