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잠시 후 3시에

입력 2017-07-28 14:31   수정 2019-05-20 16:06

맘충, 여혐, 메갈리아.
단순히 여성 혐오에 뜨겁게 반응해, 시대의 흐름에 가볍게 편승하는 책은 아니다.






<82년생 김지영>, "혐오 시대, 당신은 괜찮습니까?"


조남주 작가의 장편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지난해 10월 출간되어 7개월 만에 판매 부수 10만 부를 돌파, <82년생 김지영> 신드롬을 탄생시켰다. <82년생 김지영> 신드롬은 지금까지 많은 여성이 담담하게 넘겨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질문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에 대한 묵직한 답변이다.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82년생 김지영>의 한 대목이다. 주인공 `김지영`의 정신과 상담 기록 형식으로 구성되어, 심리학책 혹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연상시키는 이 책은 특별히 강한 어조를 띠지 않는다. 단지 주인공인 1982년생 `김지영`의 삶을 찬찬히 보여주며 여성이 일상에서 겪는 성차별적 요소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여성에 대한 보고서다. 책을 따라가다, 독자들은 저마다 공감이 가는 대목에서 멈칫할 것이다.

선배는 평소와 똑같이 다정하고 차분히 물었다. 껌이 무슨 잠을 자겠어요, 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김지영 씨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94P

김지영 씨는 얼굴형도 예쁘고 콧날도 날렵하니까 쌍꺼풀 수술만 하면 되겠다며 외모에 대한 칭찬인지 충고인지도 계속 늘어놓았다. 남자 친구가 있느냐고 묻더니 원래 골키퍼가 있어야 골 넣을 맛이 난다는 둥 한 번도 안 해 본 여자는 있어도 한 번만 해 본 여자는 없다는 둥 웃기지도 않는 19금 유머까지 남발했다. -116P

조금도 서운하지 않았다. 견딜 수 없는 것은 오히려 그 순간들이었다. 김지영 씨는 충분히 건강하다고, 약 같은 것은 필요 없다고, 가족 계획은 처음 보는 친척들이 아니라 남편과 둘이 하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니에요, 괜찮아요, 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133P~134P


이 책은 일반적으로 페미니즘 문학으로 분류되지만, 여성뿐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남성, 그리고 `XX 혐오` 가 만연한 이 사회의 모든 이를 위로하는 책이다. `김지영`이라는 평범한 30대 여성의 눈으로 관찰한 차별과 증오가 만연한 대한민국에 대한 기록으로 볼 수 있다. `여혐`, `남혐`, `XX충` 등 혐오가 판치는 이 시대, 누구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혐오 시대, 당신은 이대로 괜찮은가?

오늘 오후 3시, 티비텐플러스 도서 전문 방송 <북 큐레이터, 리더스가이드TV>에서는 <82년생 김지영>에 담긴 혐오 시대의 민낯을 따라간다. <북 큐레이터, 리더스가이드TV>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티비텐플러스(TV10plus)`앱을 다운로드해 시청할 수 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3시에 방송. (사진=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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