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기업에 무리한 요구를 했더라도 언론이 도와달라."
현재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과기정통부 장관의 발언입니다.
기업을 윽박지르는 식으로 통신비 인하가 추진되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비판은 이제 국회에서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신인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정부는 통신사들을 대상으로 기존 20%의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상향하는 통신비 인하안에 대한 의견을 다음달 9일까지 받기로 했습니다.
정부의 요구에 통신사들은 저마다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는 가운데,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기업의 움직임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 않고, 소송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기업의 소송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발언인데, 여기에 통신비 인하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은 알지만 강행한다는 뜻도 내비쳤습니다.
<녹취>유영민 과학기술정통부 장관(7월 28일)
"정부가 무리한 요구를 기업에 했다고 하더라도 언론이 조금 도와주시고..."
이에 대해 기업 뿐 아니라 입법 기관인 국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동통신사를 규제할 수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장관이 기업의 자기 방어권을 침해한 동시에 직권 남용의 소지가 분명한 위헌적 발언을 했다는 겁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유 장관의 발언은 규제권한을 바탕으로 한 부당한 압력"이라며 "막강한 규제 부처의 수장이 방침을 정해놓고 그에 따르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일방통행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통신비 인하가 오는 9월 정기국회의 법적 검토 전부터 기업 옥죄기 식으로 처리된다면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소 30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5G 시대의 미래 동력도 약화될 뿐 아니라,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이 높은 국내 이통3사의 특성상 투자자국가소송제도를 이용한 소송전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는 해외투자자가 상대국의 정책 등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로, 7월말 기준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외국인 투자 비중은 SK텔레콤 43%, KT 49%, LG유플러스 48.6%에 달합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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