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윤은 고등학생 시절 잡지 모델로 데뷔한 후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펼쳤다. 2012년 방영한 SBS 드라마 `유령`과 2014년 영화 `제보자`를 통해 연기자로 주목 받았다. 2015년 MBC `내 딸, 금사월`에서 제대로 포텐을 터뜨렸고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백설희를 연기하면서 `송하윤`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시청자들에게 완벽하게 각인시켰다. 이는 긴 시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쌓아온 연기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그녀를 만나봤다.
Q. 이번에 연기한 백설희 캐릭터에 대해서 애정이 많은 것 같다. 백설희와 본인의 비슷했던 점이 많아서 그랬던 건가?
A. 비슷한 부분이 있다. 처음부터 설희가 가깝게 다가왔다. 이 역할을 너무 하고 싶어서 마음적으로 집착도 많이 했다. 감독님, 작가님 만나서도 굉장히 설희 입장에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Q.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A. 설희 성격은 한 단어로 정의내릴 수 없다. 아이 같은데 누구보다도 넓은 마음을 가졌고, 어리바리한데 똑순이다. 그런 2%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지켜주고 싶고 아껴주고 싶었다.
Q. 왜 그렇게 하고 싶었나?
A. 일단은 설희 캐릭터를 읽기 전에 시놉을 봤는데 `쌈 마이웨이` 드라마가 가진 전체 느낌이 정말 좋았다. 읽는 내내 희망이 생겼다. 그 안에 있는 설희를 만나고 나서는 조금 다른 세상이었다.
Q. 오월이에서 설희로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 기분이 어떤가?
A. 설희 연기를 할 때 밖에서 무언가 시끌벅적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안 썼다. 이 작품 뿐 아니라 다른 작품을 할 때도 그렇다. 드라마를 하면서 해당 역할로 살고 있는데 외부 환경의 이야기를 들으면 흔들리더라. 악플을 만나면 잘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들고 들어가지 않아야 할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칭찬을 많이 들으면 그것만큼 편해지거나 풀어지는 위험성이 있다. 최대한 감독님과 수정작업을 하면서 몰입하고 상대 배우랑 의논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크게 신경을 안 썼다.
Q. 연기경력이 15년이나 된다. 캐릭터나 작품이 끝나면 빠져나오는 편인가?
A. 나는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근데 설희는 시간이 안 걸릴 것 같다. 오월이 했을 때는 나오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설희는 32살 송하윤의 시간의 일부분인 느낌이 든다. 과거 이야기하듯이 그냥 나의 시간을 살았던 것 같다. 이 작품 끝나고 이렇게 연기할 수 있구나 싶더라. 다음 작품을 만나는 마음도 좀 바뀔 것 같다.
Q. 아쉬운 장면을 꼽자면?
A. 매 장면이 아쉬웠다. `나는 왜 연기를 이렇게밖에 못하지` 싶은 것이 많았다. 자책도 많이 하고 대본도 보고 안재홍 배우랑 대화도 하고 그랬는데 중후반부터는 그게 답이 아니더라. 안재홍 배우랑 서로 눈을 보는 게 중요했고 서로 교감하는 게 훨씬 중요하더라. 그걸 더 느꼈다. 우리의 감정선이 종이 한 장 차이였다. 조금이라도 잘 못 표현되면 안 됐다.
Q. 설희에게는 다이내믹한 감정선이 많았다. 나는 엄마가 금두꺼비 줄 때 가장 뭉클했다. 송하윤이 가장 뭉클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A. 엄마랑 연기했던 부분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엄마가 문자로 돌 잔치 갔다가 주만이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다가 지우는 그 장면은 대본을 보다가 그냥 덮었다. 너무 많이 울었다. 주만이랑 헤어진 것을 엄마가 알았을 때 `이제는 너 위해서 살아라`고 하는데 그날도 선배랑 나랑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나서 계속 울었던 기억이 났다.
Q. 안재홍 씨랑 호흡은 어땠나?
A. 현장이 정말 다 좋았다. 애라(김지원)랑 동만이(박서준)는 소꿉친구라서 현장에서도 어려운 것 없이 편하게 친구처럼 했다. 하지만 예진(표예진)이랑 재홍이를 대하는 마음은 조금 달랐다. 어려웠고 편했다. 그 두 가지 감정으로 인해 긴장감이 흘렀던 것 같다. 끝나고 포상휴가로 제주도 가서 재밌게 놀았다.
Q. 이 작품을 본인의 연기 인생에서 키워드로 정의내리자면?
A. 각 나이 때마다 생기는 고민이 있다. 32살에 `쌈 마이웨이`를 만났는데 정말 좋은 16권의 책을 읽은 느낌이 들었다. 읽으면서도 위로도 됐고, 힘도 됐다. 용기가 생겼다. 내가 읽은 이 느낌을 반드시 전해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촬영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 스텝들의 소음이 좋았다. 웃음도 많았고 즐거웠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안 받으면서 촬영한 적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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