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사면초가'②] '착한기업 딜레마'에 비전도 없다

임원식 기자

입력 2017-08-09 18:01  



    <앵커>

    최근에 '갓뚜기'라는 말 들어보셨죠? 신을 뜻하는 '갓(God)'과 오뚜기가 합쳐진 말인데요.

    이른바 '착한 기업'으로 평가받는 오뚜기가 소비자들로부터 얻은 별칭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착한 기업' 신드롬이 자칫 기업에 대한 편향된 인식을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정한 착한 기업은 누구일까요? 임원식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시내에 있는 한 대형마트 식품 매장입니다.

    '착한 기업'이라는 입소문에, 지난달 청와대로 초청된 '모범 기업'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최근 오뚜기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은 크게 늘었습니다.

    [인터뷰] 신경재 / 이마트 판매 직원

    "(오뚜기) 진라면의 경우 다른 회사 라면들보다 1.5배 정도, 주말 기준으로 하루에 150개 정도 팔리고 있습니다."

    오뚜기가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이유는 10년 동안 라면값을 올리지 않아서, 직원 대부분이 정규직이어서, 총수가 상속세를 모두 납부했다는 미담 사례 덕분입니다.

    이른바 '갑질'과 '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뚜기와 같은 '착한 기업'에 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습니다.

    한 빅데이터 분석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 인터넷에서 '갑질'과 '착한기업'에 대한 언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이같은 '착한 기업' 신드롬이 자칫 기업에 대한 편향된 인식을 낳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윤 추구라는 기업 본연의 목적과 기업 고유의 특성은 간과한 채 상품 가격을 올리거나 비정규직이 많은 기업은 '착하지 않은, 나쁜 기업'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총수의 일탈과 같은 일부의 모습만 보고 기업 전체를 부정적으로 몰아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예컨대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재판 결과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정경유착을 일삼는 '나쁜 기업'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매출과 고용, 세금 납부 면에서 오뚜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병태 / 카이스트 경영학 교수

    "기업의 본래적 가치나 경영권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강해서 기업하기 좋지 않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글로벌 경영에서도 아마 고민을 많이 하게 될 겁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이윤 추구와 연속성을 확보해야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며 '착한 기업' 신드롬이 불러올 지 모를 후유증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임원식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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