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상황을 가정한 `정당방위(self-defense)` 문제를 다뤘다.
NYT는 10일(현지시간) `미국이 북한을 먼저 공격하면 정당방위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화염과 분노` 발언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그 어느 때보다 북한 김정은의 선제공격을 기다리지 않고 공격명령을 내리는데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시 국제법 등에 따른 정당방위인지를 조명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에서는 위험하고 비이성적인 북한에 대한 정당방위는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많은 국제법학자들은 정당방위를 둘러싼 법률적 문제는 복잡하고 해석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 배경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미국 언론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의 정당방위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서면서 한반도 긴장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다음은 NYT가 전한 정당방위의 법률적 쟁점을 둘러싼 논란과 해석이다.
◇ 공격하지 않은 나라에 대한 공격 시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있나?
일반적으로 먼저 공격을 하지 않는 나라에 대해 선제공격을 할 경우 정당방위 주장은 유효하지 않다. 그러나 선제타격이 법률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상황이 있다.
미 해군대학의 마이클 슈미트 교수는 정당방위에는 상대 국가가 공격 능력을 보유해야 하고, 공격이 임박했다는 것을 상대 국가가 행동을 통해 보여야 하며, 상대의 공격을 미연에 방지할 다른 방안이 없어야 한다는 3가지 기본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슈미트 교수는 북한은 첫 번째 조건인 공격 능력은 보유하고 있지만 "김정은의 위협이 공갈인지 실제 공격을 실행할 의도가 있는지는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먼저 행동(공격)하지 않으면 이미 때를 놓치는 상황, 즉 다른 옵션이 없을 때 정당방위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정당방위 조건이 충족됐나?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능력은 갖추고 있지만, 북한으로부터의 공격이 임박했는지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회의가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위 측근들을 포함해 일부에서는 다른 옵션이 소진됐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런던대 케빈 존 헬러 법대 교수는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명확히 `노(no)`"라면서 "임박하지 않은 위협에 대해서는 정당방위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 정당방위 조건이 충족되면 허용 가능한 공격의 한계는?
법률 전문가들은 정당방위는 비례적(proportional)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정당방위는 위협을 멈추게 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슈미트 교수는 "정당방위는 상대를 파괴할 백지위임이 아니다"고 말했다.
◇ 북한의 공격 임박은 어떻게 판단하나?
최소한 군병력의 이동이나 미사일 발사 준비를 포함한 공격을 위한 군사적 계획의 일부가 위성이나 다른 정찰 수단을 통해 확실히 포착돼야 한다. 조지타운대학의 앤서니 클라크 안렌드 교수는 "북한이 공격을 준비하면 포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유엔 헌장 관련 규정은
유엔 헌장에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유엔 헌장은 제2조에서 상대 국가를 힘으로 위협하거나 무력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헌장 제51조에서는 먼저 공격을 받을 경우 개별적 또는 집단 자위권 발동을 막지 않고 있다. 그러나 헌장 제51조에 대한 해석 역시 분분하다. 제한적 해석으로는 자위권을 발동하기 전에 먼저 공격을 받아야 한다. 이에 비해 공격위협을 받은 국가는 상대측으로부터 법률적 의미에서의 선제공격을 받는 것을 기다릴 필요가 없이 자위권 발동이 가능하다는 다소 덜 제한적 해석도 있다.
디지털뉴스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