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조주현, 이봉익
- 연출 : 박두나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재벌 총수가 아니 될 자격을 허하라"입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지난 22일 블록 딜을 통해 본인의 네이버 지분 0.33%에 해당하는 11만주를 매각했습니다. 시가 보다 3%할인한 가격에 전량 외국인 투자자에게 넘긴 것으로 밝혔습니다.
아무리 창업자고 개인 대주주라고 하더라도 본인 지분이니 언제든 팔 수 있는 것이지만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가들을 제외하면 이해진 창업자가 최대주주이고 또 누가 뭐라 해도 네이버 경영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실질적인 오너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이번 지분 매각이 갖는 의미를 해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이해진씨의 지분은 이번 매각 전에도 4%중반 정도였습니다. 국민연금이 10.6%를 갖고 있으니 엄연한 최대주주입니다만 국민연금이 경영에 참여해서 CEO를 뽑고 다른 임원을 선임하고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해진 창업자 평상시에도 은둔의 경영자라고 할만큼 언론에 나서기를 싫어하고 또 언젠가부터 전문 경영인 그것도 내부에서 CEO를 선발해서 경영을 맞기는 전통을 쌓아왔기에 우리가 흔히 아는 재벌 총수처럼 무한 권력과 동시에 무한책임을 지는 그런 경영자는 아니었습니다.
특히 이번 지분 매각이 주목을 끄는 것은 이달 중순 본인이 직접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아가 네이버는 다른 재벌과는 지배구조가 다르다. 더불어 나는 네이버의 그룹 총수가 아니라는 주장을 한 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내게 재벌 총수에 준하는 책임을 요구하지 말라는 얘기를 한 것입니다. 본인이 재벌 총수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고 한 것이니까요.
그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아마도 공정위가 판단을 할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이해진이란 주주가 네이버의 의사 결정에 본인 지분 4%정도의 영향력만큼만 행사하고 있다면 이해진씨의 주장은 타당할 것입니다.
창업을 했다고 해서 죽을 때까지 아니 2대 3대 영원히 경영을 하겠다는 재벌의 시스템은 유독 우리나라나 일본 정도에만 강하게 남아있는 기업 지배구조이니까 이 틀을 깨는 전기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의 이번 지분 매각은 일본 라인의 스톡옵션 행사를 위해 현금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추론에도 불구하고 그 시점이 본인은 언제든 지분을 팔고 떠날 수 있는 개인 주주에 불과하다는 싸인을 공정위와 시장에 주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공정위의 입장이 주목이 됩니다. 한가지 아이디어를 드리자면 이번 이해진씨의 일종의 커밍아웃을 계기로 우리 대기업들의 지배 구조에 대한 하나의 전범을 만들어 줄 기회로 삼으라는 겁니다.
본인이 총수가 아니라고 하니 공정위에서는 이런저런 총수가 아닌 주주로서의 제한된 권리를 규정해 주고 이 법과 제도에 준하는 대주주에 대해서 총수의 명예와 멍에를 동시에 내려 주는 것을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스스로가 이정한 가이드 라인을 어겼을 경우에 그간 면제해 줬던 재벌 총수로서의 책임을 한꺼번에 지울 수 있다는 전제도 동시에 있어야겠습니다.
새 정부 들어 재벌 개혁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만 어쩌면 그 개혁의 바람 속에서 이번 이해진씨의 나는 재벌 총수가 아니라고 하는 커밍아웃을 다른 재벌 오너들도 한번쯤 곱씹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맨손으로 이 나라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군 이해진 씨가 왜 나는 총수가 아니라고 발 벗고 나서고 있는지 말입니다.
물론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일 수 있겠습니다만 소유와 경영이라는 게 굳이 꼭 일치해야만 되는가라는 아주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 하루가 지나면 삼선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립니다. 우리 자본시장뿐 아니라 전 국민, 아니 전 세계가 이 재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만약 몇 년 전에 이 재용 부회장이 이 해진씨와 같은 커밍아웃을 했고 또 그에 걸맞은 주주로서 자리매김했다면 지금의 이재용 부회장의 입장과 또 삼성그룹은 어떻게 됐을까요?
무엇이 옳은 건지에 대한 답은 없습니다. 선택의 문제입니다. 다만 이런 선택도 있다는 걸 의미 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의 선택이 부디 의미 있게 또 선의로 해석되고 그 또한 선의를 갖고 한 선택이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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