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금빛 내 인생’ 정소영 “역할에 대한 욕심이 아닌,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어요”

입력 2017-09-04 09:43  




배우 정소영이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연출 김형석, 극본 소현경)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결혼과 출산으로 잠시 휴식기에 접어들었던 그녀가 능력치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컴백을 기다렸던 시청자들에게 큰 선물을 전달한다.

‘황금빛 내 인생’은 흙수저를 벗어나고 싶은 3無녀에게 가짜 신분상승이라는 인생 치트키가 생기면서 펼쳐지는 황금빛 인생 체험기를 그린 세대불문 공감 가족 드라마. 정소영은 극중 선우혁(이태환)의 누나 선우희 역을 맡아,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김형석 감독님과 소현경 작가님과는 첫 작품이에요. 두 분 다 주관이 뚜렷하시고. 자신감 있으시더라고요. 배우들이 믿고 가요.”

작품에서 고고히 홀로 빛나기보다, 배우로서 작품에 녹아들길 바랐다는 정소영이 ‘황금빛 내 인생’에 끌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제가 생각한 배역과 맞았어요. 오랜만에 나오는데 저랑 동떨어지게 나오면 시청자들이 괴리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개인적인 성향과도 맞는 역할이에요. 그래서 감독님께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지난 2015년 8월 2일 종영한 KBS1 대하드라마 ‘징비록’ 이후 오랜만에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정소영은 설레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명품 배우이지만 잃었던 감을 찾고 긴장을 풀어내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오랜만에 복귀를 하니까 설레고, 긴장되고, 그런 것도 있는데,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육아를 하면서, 잘해서 자랑스러운 가족이 됐으면 해요. 잘 해보자는 파이팅이 생겨요.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극중 정소영은 첫 사랑과 결혼에 실패하고 부모님이 정해준 사람과 결혼을 하지만, 10년 만에 이혼 하고, 남편한테 폭행을 당해 트라우마가 생겨 사람이 많거나 큰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는 대인기피증에 걸린 선우희 역을 연기 한다. 이후 다시 첫 사랑과 만나면서 조금씩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인물이다.

“이혼 후 5년 정도 혼자 생활을 해요. 대인기피증에 걸린 누나를 동생 선우혁(이태환)이 밖으로 끄집어내요. 그래서 카페 여주인이 돼요. 회복이 안 된 상태라 ‘어서 오세요’라는 말도 못 하지만 첫 사랑과 재회를 하고, 상처 받았던 마음을 치유해 나가요. 동생으로는 이태환 씨가 나와요. 요즘 대세라는데 바라만 봐도 흐뭇하고 너무 좋아요. 그리고 첫 사랑으로는 최귀화 씨가 함께 해요. 최귀화 씨는 멜로가 처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은 우리 커플은 미녀와 야수 커플이라고 하셨어요. 저를 미녀로 선택해 주셨죠. 아픔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니까, 가슴 아파하면서 감정을 잘 살려서 공감대가 형성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작가님은 대사 하나하나에 감정을 잘 실으시더라고요. 지금 주어진 상황에 충실해서 연기하면 될 것 같아요.”




‘야인시대’에서 김두한이 처음으로 사랑한 청순한 여인. ‘장길산’에서 장길산에게 연민을 느끼는 단아한 인물. ‘단팥빵’에서 차분한 성격의 초등학교 교사 등. 정소영이 지금까지 맡았던 주요 배역은 순진하고 착한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선우희 캐릭터도 대동소이하다.

“그동안 제가 맡았던 캐릭터와 많이 비슷해요. 전에 비해 아픔이 많고, 원숙미도 있죠. 시청자들이 부담스러울까봐 비슷한 이미지를 선택했어요. 제 이미지는 두 개였어요. 청순가련한 첫 사랑 이미지이거나, 커리어우먼처럼 도시적인 이미지요. 팜므파탈은 아니죠. 하고 싶지만 감독님이 안 시켜주셨어요. 이미지 변신은 영화 속에서 잠깐씩 하는 것이 좋아요. 지금은 비슷한 색깔을 입히는 과정이에요.”

예전의 지고지순과 비슷한 캐릭터이지만, 선우희라는 인물의 감정을 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이미지 변화를 시도했다.

“선우희가 대인기피증에서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됐어요. 초반에는 화장도 안 하고, 파마를 하고, 옷도 대충 입지만, 카페 여주인이다 보니 적당히 꾸며요. 하지만 멜로가 시작되면서 헤어와 의상에 변화가 올 것 같아요. 감독님이 ‘어둡고 칙칙하지만 예뻐 보이는’이라고 하셨어요. 자기 세계에 빠져 있고, 마음이 어둡고. 이혼녀처럼 꾸미라고 하셨죠. 처음 설정이 힘들었어요. 헤어를 두 번을 바꿨어요. 지금은 익숙해졌어요.”

‘황금빛 내 인생’에서 정소영은 극 중심에서 모든 걸 이끌고 나가는 역할은 아니다. 주연급으로 분류되는 배우로서 롤의 크기에 대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을 건넸다. 하지만 그녀는 의외로 “만족한다”는 대답을 전했다.

“가족 드라마다 보니 분량들이 나눠져 있어요. 작가님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초반에는 분량이 없지만, 후반에는 로맨스의 한 축이 되어 풀어 가요. 네 커플이 로맨스가 있어요. 사연들이 있죠. 어느 화부터는 커플에 맞게 비중이 나눠져요.”

지난 1999년 MBC 공채탤런트 28기로 연예계에 입문한 정소영은 데뷔 1년 만인 2001년 MBC 사극 ‘홍국영’의 여주인공을 맡아 그해 신인상 후보에도 올랐다. 이후 지고지순한 역에서 돋보이는 연기를 펼치던 그녀는 ‘야인시대’에서 시대를 풍미한 김두한의 첫사랑 박인애로 출연, 많은 남성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저의 전성기는 데뷔 초였어요. 공채 합격 후 다른 동기들은 단역부터 시작했는데, 저는 주인공을 맡았으니까요. 시험 봤을 때 안판석 감독님이 눈 여겨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큰 역할을 맡았어요. 덕분에 광고도 많이 찍었죠. 처음에는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었어요. 서울 출신도 아니고,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닌데 잘 나갔으니까요. 저의 대표작은 ‘야인시대’라고 봐야죠. 저를 알리고 구체화 시킨 작품이니까요. 김두환의 첫 사랑이잖아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안판석 감독은 정소영에게 연기 인생에 있어 잊을 수 없는 은인이다.

“유일하게 연락드리는 몇 안 되는 감독님이세요.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주신 분이죠. 안판석 감독님 내년에 작품 들어 가신다던데 제가 생각나면 연락주시겠죠. 그럼 거절하지는 않겠어요. 지금 김형석 감독님께도 잘 하려고요.”

여배우의 커리어에 결혼과 출산은 마이너스 요소로 여겨지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아무래도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하는 과정에서 배우로서 활동은 위축되고 위상 또한 다소 낮아지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배우 정소영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하지만 정소영은 행복하다. 가정과 연기 활동에 균형을 이루는 요즘을 인생의 황금기라고 여기고 있다. 물론 배우로서 황금기도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자신감도 함께 하고 있다.

“연기자가 나에게 잘 맞나 항상 고민했어요. 가진 것에 비해 좋은 기회들이 왔는데, 부족하다보니 놓쳤죠. 노력한 것에 비해 많이 안 나오니까. 고민을 했어요. 나 혼자만의 고민이라 더 길었던 것 같아요. 결혼 전까지는 많이 고민했어요. 2015년 3월 결혼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고,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고민하는 시간도 아까워요. 쉬지 않고 달릴 일만 남았어요. 소속사도 새로 들어갔고, 앞으로 전진 하는 일만 남았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땐 한없이 진지한 배우의 면모를 뽐내는 그녀였지만, 딸 하나의 근황을 묻는 질문이 시작되자 엄마미소를 띠며 딸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2016년 7월에 딸 하나가 태어났어요. 제가 일본어를 전공했어요. 딸과 연결고리를 찾았는데, 오하나가 일본어로 꽃이라는 뜻이더라고요. 꽃처럼 예쁘게 태어난 딸이죠. 제가 지었어요. 13개월 지났어요. 육아를 3년 정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너무 좋은 작품을 만나서 복귀를 서둘렀죠. 제가 현장에 있을 때는 엄마가 케어를 해주세요. 가족이 든든한 지원군이죠. 결혼과 출산으로 부드러워지고 편해졌어요. 연기자다운 자연스러움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30대 전후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결혼과 출산 후 대중 앞에선 정소영, 팬들은 앞으로 더 자주 그녀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번 ‘황금빛 내 인생’을 시작으로 또 한 번 펼쳐질 당당한 발걸음이 향할 방향에 대해서 물음을 던졌다. 가볍게 던진 질문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인생철학을 대답으로 남겼다.

“오랜만에 시작하는 단계예요. 대중에게 저를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다양한 연령층이 저를 인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달려야 해요. 예전에는 연기가 그냥 직업이라고 생각해서 소통을 안 했어요. ‘연기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나를 보고 느끼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할에 대한 욕심이 아닌,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어요.”

(사진제공 = 한아름컴퍼니)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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