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이 사회에 '제대로' 공헌하는 방법

신인규 기자

입력 2017-09-06 22:44   수정 2017-09-06 22:48



세계 최고의 게임쇼로 불리는 E3나 매년 20만명이 넘게 찾는 지스타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게이머와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게임 축제가 열렸다.

2017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이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마무리됐다. 국립특수교육원과 한국콘텐츠진흥원, 넷마블게임즈가 사회 공헌 차원에서 주최하는 행사다. 지난 5월부터 예선을 거쳐 2,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게임계의 작은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다. 예선을 거쳐 결선까지 걸린 기간은 석 달 가량이다. 올해 이것만을 기다렸다고 하는 학생이 있었다.

장애가 있는 학생들만 이 페스티벌에 참여한다고 하면 단순히 이들을 위한 성대한 잔치 정도로 여겨졌겠지만, 이 게임 축제가 특별한 것은 그들이 팀을 구성하는 방법에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팀이 되어 경기가 진행된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게임 속 유닛의 능력치가 달라지는 일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경쟁종목은 마구마구나 키넥트 스포츠, 오델로, 하스스톤 등 사람들에게 친숙한 게임들로 구성됐다. 종목으로 채택된 캐주얼 보드게임인 모두의 마블은 장애 학생과 학부모가 한 팀이 되는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국민게임을 넘어 `민속놀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는 스타크래프트도 종목에 포함됐다. 방식은 2:2 팀플레이다. 발달장애 학생과 비장애인 학생이 한 팀이 됐다. 의사소통은 음성 대신 채팅으로만 이뤄진다. 예전에 친구들끼리 모여 피씨방에서 그렇게 같이 게임하던 생각이 났다.

경기를 준비중인 학생에게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았다. 이번에 같은 팀이 된 장애 학생과는 어떻게 팀을 구성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그 학생은 대회인 만큼 각 학교의 `고수`들이 전략적으로 한 팀을 구성한 것이고, 같은 학교라도 반이 다르니 사실 원래는 잘 모르는 사이라고 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 학생은 조금 생각하더니 "걔한테 장난을 칠 수 있게 된 게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대개 그런 방식으로 친구가 된다.

소설가 성석제 씨의 단편집 `재미나는 인생`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경기인 `골 볼`이 소개된다.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리나는 방울을 넣은 공을 갖고, 동료에게 내가 여기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 쉴 새없이 `파이팅!`을 외치느라 경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목이 잠기는 애잔함이 묘사되어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그런 애잔함 없이도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장애인을 특정하는 불이익이 없고, 장애인이라고 무언가를 더 주는 일도 없다. 모두가 게이머이고 잘 맞으면 친구가 된다.

게임으로 장애와 편견을 넘는다거나, 인터넷 세상에선 장애가 없다는 수사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이 게임 축제를 통해 무엇을 얻어갈 수 있냐는 점이다. 이번에 마무리된 e페스티벌은 그러한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여겨졌다.

기자들은 기업으로부터 얼마나 사회공헌을 열심히 하고 있는지에 대한 보도자료를 받곤 한다. 사회공헌은 그 자체로 좋은 일이겠지만 왜 하는지,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보이는 천편일률적인 사업도 적지 않다. 그 가운데 이같은 축제는 의미하는 바가 있어 보인다. e페스티벌이 내년에도 성공적으로 치러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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