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희찬이 우즈베키스탄 수비수와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사진=대한축구협회) |
신태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6일 오전 0시 타슈켄트에 있는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조 우즈베키스탄과의 어웨이 경기에서 0-0으로 비겨 2위 자리를 가까스로 지켜내며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본선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기 시작 후 86초만에 골잡이 황희찬이 벼락같은 돌려차기로 우즈베키스탄의 골대를 때렸다. 그만큼 한국 선수들은 이전 경기와는 마음가짐부터가 달라보였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의 저항을 뿌리칠 수 있는 조직력은 눈에 띄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승리에 대한 염원이 간절했던 우즈베키스탄이 공격적 경기 운영에 치중하다가 지친 나머지 수비수들 사이의 간격이 벌어져서 후반전에 그 덕을 본 것 뿐이다.
장현수와 정우영이 중심 잡는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는 멀티 플레이어 장현수가 전반전도 끝나기 전에 뜻밖의 부상을 당해 들것에 실려나왔다. 경험 많은 구자철이 들어갔지만 애초에 신태용 감독이 원했던 포메이션과 창의적인 공격 전개를 이루기에는 섬세함이 부족했다.
21분에는 미드필더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우즈베키스탄 수비형 미드필더 하이다로프가 자유롭게 공을 몰고 나오다가 위력적인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렸다. 한국 골키퍼 김승규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공은 왼쪽 기둥을 강하게 때리고 나왔다. 한국 선수들로서는 다시 떠올리기 싫은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나마 긍정적이었던 공격의 변화는 염기훈(64분)과 이동국(78분)이 만들어냈다. 특히, 염기훈의 날카로운 크로스와 전진 패스 실력은 우즈베키스탄 수비수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매우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한 골잡이 이동국은 크로스바를 때리는 헤더 슛(86분)과 오른발 대각선 유효 슛(89분)으로 골과 승리에 대한 간절함을 웅변했다. K리거의 자존심이 그나마 입증되는 순간들이었다.
결국 한국 축구는 `경우의 수`라는 축구장 핵심어에 기댈 수밖에 없는 0-0 결과를 받아들고 말았다. 5일 간격으로 열린 마지막 두 경기를 치르며 단 1골도 터뜨리지 못했기에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8월 31일 열린 9라운드에서는 중국이 우즈베키스탄을 1-0으로 잡아준 은혜를 받았고, 이번 9월 6일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이란이 시리아를 상대로 패하지 않고 2-2 점수판을 만들어준 덕을 입었다. 이란은 이번 최종 예선 무실점 본선 진출 대기록이 깨졌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온 골잡이 사르다르 아즈문의 연속골 활약에 힘입어 2-2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3위 자리를 차지하여 아시아 플레이오프는 물론 대륙간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겠다는 열망을 드러낸 시리아가 후반전 추가 시간에 극장골을 터뜨리며 감격의 눈물을 쏟아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5일 간격으로 중국과 이란에게 큰 신세를 진 한국 축구는 이제부터라도 뼈를 깎는 자성의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구호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개혁을 단행해야 월드컵 본선을 가치 있게 치를 수 있을 것이다. FIFA(국제축구연맹) 가맹국 중에서 손에 꼽을 만큼 드문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통산 10회 진출) 기록이라는 깃발만 내걸고 위안을 삼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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