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8일 "우리 정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보였던 여러 가지 일들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아태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이같이 밝힌 뒤 "결과적으로 우리가 제일 맹방으로 생각하는 미국에게도 별로 평가를 못 받고, 중국으로부터도 완벽한 보복을 받고 있는 이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보복을 받을 때 받더라도 확고한 의지만 가지고 있었다면 훨씬 더 (보복을) 줄일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반 전 총장은 또 "휴전협정 서명 이래 한반도 상황은 지금 가장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전에는 소총, 장총, 대포로 이야기하는 것이고, 지금은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최첨단 21세기 무기가 북한 손에 있기 때문에, 계속 도발을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어디 갈 데가 없는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은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 상황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데 우리의 국가적·이념적 정체성이 정확하지 않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한 뒤 "이럴 때일수록 통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국가의 이념적 정체성이 왔다갔다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우리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중국·미국의 국제적 함수관계, 미·중의 역할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밝힌 뒤 "우리의 여러 가지 태도를 솔리드(견고)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북한이란 집단이 세계사에도 보기 드문 아주 특이한 집단이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민들이 아주 확고한 안보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반 전 총장은 "지나서 보면 대북정책은 햇볕정책, 화해협력 정책, 상호주의, 압박 정책 등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어떠한 것도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나서 보면 어떤 정권이든 어떤 정권의 정책이든 그에 대해 전부 잘못됐다고 하기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햇볕이건 화해건 상호주의건 압박이건 어느 당, 누가 대통령이 됐건 그때그때 정책이 있었는데 이제 지나서 보면 이 모든 것에 대해 우리 일부가 다 스스로 조금씩은 책임을 공유해야겠다. 어느 한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고 하기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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