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모성애를 지닌 원성공주의 `숨멎 엔딩`이 안방극장을 숨죽이게 했다. 눈동자 움직임도 없이 혼이 나간 모습으로 시청자의 몰입을 끌어낸 원성공주의 최후는 또 한 편의 명장면을 남겼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월화특별기획 ‘왕은 사랑한다’에서는 원성공주(장영남 분)가 충격적인 현실에 정신을 놓고 급기야 삶을 마감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원성공주는 `왕은 사랑한다`에서 속내를 읽기 힘든 계산적인 인물로 세자 왕원(임시완 분)과 왕린(홍종현 분), 충렬왕(정보석 분), 은산(윤아 분) 등 주변인물을 조련하다시피 했던 `폭주의 아이콘`이었다. 눈을 부릅 뜨는 모습부터 뼈아픈 말을 뱉어내는 목소리 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는 아우라까지 살벌한 카리스마가 장착된 캐릭터로 `왕사`의 대표 신스틸러로 통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아우라 가득했던 원성공주가 벙어리가 된 듯 말을 잃고, 눈이 먼 듯 초점을 잃고, 기운이 다한 듯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까지 잃은 이상징후를 엿보였다. 이는 예상했으나 막지 못했던 현실이 연속된 것에 대한 충격 탓이었다. 먼저 원성공주는 세자의 오랜 벗이지만 끊임없이 의심을 거두지 않았던 린(홍종현 분)의 배신에 놀랐다. 원성공주는 린에게 판부사를 죽인 사람은 무비(추수현 분)라며 "넌 세자의 벗 아니냐"며 그를 도와달라고 했지만 린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거절의 답을 들었다.
왕이자 부군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은 스스로를 무너뜨리기 이르렀다. 충렬왕의 처소에 간 원성공주는 부군의 곁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던 무비(추수현 분)가 송인(오민석 분)의 품에 안겨있는 것을 목격하고 경악했다. 그는 향이 피워진 가운데 잠에 취한 충렬왕을 흔들어 일어나보라 소리쳤지만 오히려 칼을 쥔 군사를 데리고 주상전하의 처소에 들어왔다며 역모라 말하는 송인의 계략에 말려든다. 결국 송인은 원성공주의 유일한 오른팔을 그의 눈앞에서 죽였고 원성공주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며 되돌아 자신의 거처로 발걸음을 옮겼다.
힘겹게 거처로 돌아와 의자에 앉은 후 정신을 헤매던 중 이성의 마지막 끈을 놓아버린 원성공주는 그대로 고개를 떨군 채 숨을 다했다. 원이 아닌 린의 대리 주재로 열린 도당회의에서 어머니의 비보를 듣게 된 원 역시 세상을 잃은 충격에 슬퍼할 여유조차 느끼지 못했다.
거침없이 몰아치는 연기부터 숨을 죽이게 한 부동의 연기까지 캐릭터를 가지고 노는 장영남의 연기력은 시청자에게 깊은 여운을 안겼다. 이른바 `알고도 당한 연기 내공`에 시청자들은 "이대로 원성공주를 보내기 아쉽다", "이제야 원성공주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는데 너무 슬프다", "장영남 연기 말이 필요 없이 진짜 최고였다" 등의 호평 일색 반응이 폭발했다.
한편, `왕은 사랑한다`는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욕망을 그린 탐미주의 멜로 팩션 사극이다.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MBC에서 방송된다.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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