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사람' 노태강, 박근혜와 법정대면…"사직강요 당했다"

입력 2017-09-12 17:51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찍혀 인사 조치됐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12일 박 전 대통령 앞에서 당시 인사의 부당함을 진술했다.
노 차관이 자신을 `찍어내기` 한 박 전 대통령을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4월 초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재판에 한 차례 나와 증언했고, 이후 박 전 대통령이 기소되면서 다시 증인으로 나오게 됐다.
노 차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자신이 체육국장에서 좌천되고 결국 사임까지 하게 된 경위를 진술했다.
노 차관은 문체부 체육국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3년 7월 승마협회를 감사한 뒤 최씨 측근인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렸다. 이후 박 전 대통령에게서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좌천됐다.
노 차관은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했다는 얘기를 "당시엔 전해 듣지 못했고, 인사 조치가 이뤄진 다음에 유진룡 장관이 자초지종을 설명해줘서 들었다"고 말했다.
노 차관은 박물관 교류단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 초 사표 제출을 강요받았을 때의 일도 언급했다.
그는 "강태서 운영지원과장이 직접 저를 찾아와 `산하기관 자리를 마련해줄 테니 후배들을 위해 용퇴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강 과장에게 "용퇴할 생각이 없다. 누구 지시인지 솔직히 말해라. 장관 지시면 장관을 만나겠다"고 항의했지만, 강 과장은 "장관 윗선의 지시다. 장관도 곤혹스러워한다"며 5월까지 시한을 줬다고 증언했다. 당시 노 차관의 사표 제출 명분은 박 전 대통령이 관심을 보였던 프랑스 장식 미술전의 무산 책임이었다.
`윗선의 지시`라는 대목에서 박 전 대통령은 책상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아무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노 차관은 당시 미술전을 함께 준비한 직원들까지 인사 조치가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며 "내가 버티면 직원들에게도 불이익이 돌아갈 걸 직감했다. 저한테 보내는 압박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자신이 버틸 수 있는 최대한까지 버티다 5월 마지막 날 면직 처리됐다.

노 차관은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을 가리켜 "그 사람이 아직도 있느냐"라고 했다는 말을 사직 후 동료들과의 저녁 식사자리에서 전해들었다고 증언했다.

박 전 대통령은 노 차관을 빤히 바라보다가 자신에 대한 발언이 나오자 옆자리의 유영하 변호사를 쳐다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앞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 등을 심리한 형사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두 사람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노 차관의 사직을 강요했다며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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