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러시아로부터 구매하기로 한 첨단 방공미사일 시스템 S-400 계약액이 2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13일(현지시간) 자국 군사·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터키에 4개 포대(대대 단위)분 S-400 미사일을 공급하기로 했다"면서 "계약액은 20억 달러(약 2조3천억원)가 넘는다"고 전했다.
`디비지온`으로 불리는 1개 포대엔 보통 8대의 이동식발사차량(TEL)이 포함되며 1개 발사차량엔 4개의 발사관이 설치돼 있다. 1개 발사관엔 장거리 미사일 1기, 단거리 미사일 4기가 장착될 수 있다.
통상 1개 포대가 32기의 장거리 미사일을 갖춘 셈이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앞서 10일 카자흐스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기자들에게 러시아와 S-400 미사일 도입 계약을 맺었고 보증금도 전달했다고 공개했다.
러시아 대통령 군사기술협력 문제 담당 보좌관 블라디미르 코쥔도 이날 자국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터키와 S-400 미사일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계약 이행 단계에 있다고 확인했다.
S-400 공급 계약은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과 맺은 최대 규모 군사계약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신문은 소개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은 즉각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조니 마이클 미 국방부 대변인은 타스 통신에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S-400 미사일을 구매키로 한 터키의 결정을 만족스럽지 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7월 러-터키 간 미사일 거래에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터키는 미국 측의 우려를 일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자국 여러 도시 시장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수년 동안 우리에게 드론(무인기) 판매를 거부했다. 이에 우리가 스스로 드론을 생산하자 이것이 그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들(미국)은 S-400 공급 계약 체결 뒤 히스테리에 빠졌다"면서 "우리가 다시 당신들을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우리는 자국 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스스로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터키는 지난 2008년 80기의 러시아제 대전차 미사일 `코르넷`을 구매한 이후 러시아와 가장 큰 무기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러시아가 S-400 미사일을 수출한 나라는 중국에 이어 터키가 두 번째다.
중국은 앞서 2014년 러시아와 S-400 미사일 3개 포대분 수입 계약을 체결하고 2019년까지 도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계약액은 30억 달러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코메르산트는 중국도 4개 포대분을 수입할 계획이며 계약액은 19억 달러라고 소개했다.
러시아는 인도와도 5개 포대분 공급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지난해 10월 인도와 S-400 공급에 관한 정부 간 협정에 서명한 바 있다.
S-400 방공미사일은 지난 2007년부터 러시아군에 실전 배치된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으로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과 전술탄도미사일, 군용기 등을 모두 요격할 수 있다.
한꺼번에 100개의 표적을 추적할 수 있으며, 동시에 6개의 표적을 격추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춰 최고 수준의 방공미사일로 평가받는다.
터키의 러시아 미사일 도입은 이미 여러 악재가 산적한 서방과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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