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2명 숨진 '석란정'…"붕괴 우려로 이전 요구했는데"

입력 2017-09-17 12:20  



17일 강원 강릉에서 화재 진압 중이던 소방관 2명이 순직하는 참사가 난 `석란정(石蘭亭)`은 인근 호텔 공사 이후 외벽에 금이 가고 기울어 주민들이 건물 이전을 수차례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주민 등에 따르면 2015년 12월 경포 해변 인근에 대형 신축 공사가 시작되면서 7∼8m 옆에 자리한 석란정에 금이 가 보강조치 후 공사를 요구했다.

이어 지난해 6월에는 공사장 인근 건물 안전 진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같은 달 말께 석란정 외벽에 금이 가 30㎝가량의 틈이 벌어져 파이프로 보강 조치했다.

또 석란정 주변에는 펜스를, 지붕에는 천막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이어 최근에는 호텔 측과 석란정 소유주 등이 건물 이전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날 화재에 이어 이날 재발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잔불 제거 중 건물 붕괴로 경포 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59) 소방위와 이호현(27) 소방사 등 소방관 2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는 막지 못했다.

문제는 펜스 설치 후 건물 내부로 들어갈 수 없는 데다 건물 이전이 논의 중인 정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난 점이다.

사고로 숨진 소방관 2명은 전날 오후 9시 45분께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당시 불은 8분여 만에 진화됐으나 이날 오전 3시 51분 석란정에서 재발화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이 소방위와 이 소방사는 정자 건물 바닥에서 연기가 나자 건물 한가운데서 잔불을 제거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소방 관계자는 "진흙과 나무로 지어진 목조 건물이 전날 화재로 물을 많이 머금은 상태에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호텔 공사장 측에서 펜스를 설치한 이후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했다"며 "하지만 공사장 방향으로는 안전 펜스나 그물이 없어 건물까지 접근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안전에 취약한 석란정이 화재 진압 과정에서 무너져 내려 소방관 2명이 숨지는 참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화재 원인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날 참사가 난 석란정은 갑인생 동갑 계원 21명이 1956년 지은 목조 기와 정자로 높이는 10m, 면적은 4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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