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소방관 2명이 목숨을 걸고 지킨 비지정 문화재 `석란정`이 십수 년째 관리인의 창고로 쓰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강릉경찰서는 화재와 붕괴 참사가 난 석란정은 관리인 A(78)씨가 십수 년 전부터 개인 창고로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강릉시 강문동 경포 해변 동쪽 송림 인근에 있는 석란정은 1955년 갑인생 모임 계원 21명이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는 토지 소유권이 이전되고 현재는 그 후손들에 의해 건축물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석란정은 일반 정자와 달리 방과 마루를 갖추고 사방이 막힌 독특한 정자 형태다. 인근의 `창랑정`도 유사한 구조다.
경포호 주변에는 `경포대(鏡浦臺·강원유형문화재 6호)`를 비롯해 10여 개의 누정이 있다.
이 중 경포대, 호해정, 방해정, 금난정 등은 지정문화재이지만 석란정과 창랑정 등 나머지는 비지정 문화재다.
강릉시는 2008년 당시 건축된 지 52년 된 석란정을 `비지정 문화재` 관리 목록에 포함했다.
현재 `예향의 도시` 강릉지역에만 이 같은 비지정 문화재가 361곳에 달한다.
강릉시는 비지정 문화재 관리를 위해 연간 2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강릉시 관계자는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은 시간이 흐르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인정될 수 있어서 비지정 문화재로 관리하고 있다"며 "석란정도 이 같은 이유로 목록에 올렸지만, 별도로 지원된 예산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란정과 같은 비지정 문화재는 대부분 건축물대장이 없는 사실상 무허가 건물이다.
이 때문에 화재와 안전은 매우 취약하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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