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최고봉인 아궁 화산이 50여 년 만에 분화할 것이란 우려 속에 안전지대로 대피한 현지 주민의 수가 7만5천 명을 넘어섰다.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 대변인은 26일 기자들을 만나 7만5천 명이 넘는 주민이 아궁 화산 주변의 위험지대를 벗어나 대피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발리 섬 곳곳에 마련된 370개의 임시 대피소에 수용됐다.
지인이나 친척 신세를 지는 사례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대피한 주민 수는 이보다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수토포 대변인은 아궁 화산의 지진활동 빈도가 높아가고 있으며 이는 마그마가 지표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분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분화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현재로썬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예방센터(PVMBG)는 홈페이지를 통해 25일 하루 동안 아궁 화산 지하에서 모두 844건의 화산지진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일(447건)의 갑절에 육박하지만, 24일(920건)보다는 다소 줄어든 횟수다.
그러나 지표면 근처에서 발생하는 `얕은 지진`의 비율은 23일 26.0%(172건), 24일 38.0%(350건), 25일 40.3%(340건)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26일 오전 0시부터 6시 사이 발생한 화산지진은 전체(160건)의 46.3%에 해당하는 74건이 얕은 지진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발리 주 당국은 섬 동쪽에 치우쳐 있는 아궁 화산이 분화한다고 해도 관광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아궁 화산 분화구에서 응우라라이 국제공항까지의 거리는 58㎞에 달하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남부 쿠타 지역과도 60㎞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외국인 관광객들은 화산재로 항공편이 취소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을 단축하고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주민들이 느끼는 공포도 계속 커지는 추세다. 현지 재난당국 관계자들은 심지어 이웃 롬복 섬까지 대피한 주민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날 영부인과 함께 발리 섬을 찾아 화산분화 대응 태세를 점검하고 불안해하는 주민을 다독이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인도네시아 재난당국은 22일 오후 8시 30분을 기해 아궁 화산의 경보단계를 전체 4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위험`으로 높이고, 분화구 반경 6.0∼7.5㎞였던 대피구역을 반경 9.0∼12.0㎞로 확대했다
높이 3천142m의 대형 화산인 아궁 화산은 1963년 마지막으로 분화했다. 당시에는 상공 20㎞까지 분출물이 치솟는 대폭발이 일어나 인근 주민 1천10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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