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8살 연년생 남매가 쓰레기로 가득 찬 집에 남겨져 경찰이 갑자기 종적을 감춘 친모를 찾아 나섰다.
지난 12일 오후 4시께 경기도 수원시의 한 3층짜리 임대주택에 사는 초등학생인 A(9)군과 B(8)양 남매의 외할아버지가 주민센터로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주민센터 관계자가 경찰관과 함께 현장에 나가보니 집 안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방 2칸, 거실, 화장실로 이뤄진 18평 남짓 집 안에는 이불과 옷가지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졌고, 술병부터 컵라면 용기까지 온갖 쓰레기가 뒹굴었다.
집 안 곳곳에는 벌레가 날아다녔으며, 화장실에는 사용한 휴지를 담은 비닐봉지가 한쪽에 산을 이뤘다.
밥솥에는 곰팡이 핀 밥이, 냉장고 안에는 상한 반찬이 가득했고, 싱크대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널려 악취가 진동했다.
현장에 출동한 한 경찰관은 "아이들이 누워서 다리 뻗을 공간을 제외하곤 집 안이 모두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다"며 "악취가 워낙 심해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A군 남매의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았다.
A군과 B양 모두 충치가 많고, B양은 안과 치료도 필요한 상황이다.
보호자인 친모 C(30대)씨는 아직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과거 이혼한 C씨는 별다른 직업이 없이 거의 2년째 이 임대주택에 거주하면서 자녀들을 홀로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A군 남매는 평일에는 C씨와 생활하면서 학교를 다녔으며, 주말에는 외할아버지에게 맡겨져 보호받아 왔다.
그러나 외할아버지는 손자·손녀를 주말마다 데려다 돌보면서도, 딸인 C씨가 집 안에는 들어오지 못하게 해 내부 사정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군 남매는 지난 12일 평소처럼 학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 뒤 C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외할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A군 남매 외할아버지는 손자 손녀로부터 `집 문을 열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예비 열쇠로 문을 열어 집 안을 처음 보게 됐다고 한다"며 "C씨 가정은 이미 주민센터가 관리하는 `사례관리 가정`으로 지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주민센터는 쓰레기장이나 다름없는 집을 치우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지난 20일 관할 보건소 및 봉사단 등과 함께 대청소를 했다.
쓰레기 분리수거, 방역·소독, 장판 교체, 도배 등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쓰레기가 5t가량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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