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공기업인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엉터리 채용 시스템과 성 차별로 인해 직원 채용 과정에서 합격권에 들었던 여성 응시자 7명이 대거 탈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지검 충주지청이 채용비리와 금품수수 혐의를 받는 박 전 가스안전공사 사장을 구속기소 하면서 밝힌 그의 혐의를 보면 국내 대표 공기업이라고 하기에는 낯부끄러운 엉터리 채용 시스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검찰은 박 전 사장의 성 차별적 가치관이 직원 채용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고 대대적인 채용비리로 이어진 것으로 결론 내렸다.
박 전 사장은 평소 가스안전공사 직원이나 지인들에게 `여자는 출산과 육아휴직으로 인해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으니 (채용 과정의 점수를) 조정해 탈락시켜야 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은 `양성평등 채용목표제` 등을 통해 특정 성비가 합격자의 70%를 넘지 않도록 기준을 설정하고 있지만, 이런 성 차별적 기업문화가 만연한 탓인지 가스안전공사의 경우 직원 1천341명 중 여성은 15%(199명)에 불과했다.
박 전 사장은 채용 과정에도 직접 개입,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해 면접에서 고득점을 받은 여성 지원자들의 순위를 임의로 바꾸게 함으로써 애초 합격권에 들었던 여성 7명을 무더기 탈락시키도록 했다.
검찰 관계자는 "군필자와 지방대 지원자들은 전형 단계에서 가산점이 부여됐는데 여성 채용 배제 분위기에 따라 이중 특혜를 받아 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성 차별적인 부당 채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면접 점수 2순위였던 여성 지원자가 탈락한 사례를 들었다.
자격증과 경력이 있는 이 여성 지원자는 애초 면접에서는 2위에 이름을 올렸으나 박 전 사장 지시로 순위가 조작되면서 8위로 밀려 결국 채용되지 못했다.
또 다른 여성 지원자는 230개 지점을 보유한 세계적인 가스 도관 업체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음에도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여성 응시자의 인사 자료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은 채 자의적으로 순위를 낮게 매기기도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박 전 사장은 반면 지인들의 자녀를 지목해 면접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도록 압력을 행사해 합격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7명이나 되는 여성 지원자가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도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고배를 마시는 채용비리 피해를 봤다고 검찰은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양성평등에 대한 몰이해와 성차별 때문에 국내 대표 공기업이 여성 응시자를 대거 탈락시켰다"며 "공기업이 점수를 조작, 여성을 채용에서 배제한 것이 확인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