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여러분, 투자자 여러분 추석 연휴 잘 지내셨습니까? 연휴 시작 전 마지막 방송에서 이번 열흘간의 휴가 기간이라도 주식 걱정 내려놓고 편히 쉬셨으면 하고 휴가 기간 중의 뉴욕 시장을 비롯한 국제 금융시장 동향은 저희 증시 라인이 잘 지켜 보고 있겠다고 말씀드렸죠?
아직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만 지난 열흘간 걱정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뉴욕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계속 경신해 냈습니다. 우리 9월 수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의 경제 지표들 다 잘 나왔습니다.
우리 시장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고 있죠? 그러나 잔뜩 기대를 하면서 오늘 개장을 기다렸던 우리 투자자 여러분들의 기대에는 살짝 못 미치는 상황 특히 코스닥 시장의 미미한 상승세를 보면서 실망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마냥 좋은 뉴스만 있었던 건 아니죠?
맞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트럼프의 과격한 발언이 문제입니다. 협상론을 꺼내든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하지를 않나, 지금은 폭풍전야의 고요 같은 시기라고 했고 또 북한에는 단 하나의 옵션만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협상의 반대는 무력이고 단 하나의 옵션은 전쟁을 얘기하는 것으로 대부분 해석합니다. 트럼프의 말을 전쟁의 시각으로 보면 한반도에 전쟁은 정말 단 하나의 옵션처럼 들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트럼프가 연일 전쟁의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는 동안 한미간의 경제적인 관계는 어떻게 됐는지 보시죠? 연휴 기간에 우리와 미국은 한미 FTA의 개정에 합의했고 또 바로 그다음 날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무역 제재를 예고했습니다. 지금은 세탁기로 시작됐지만 앞으로 FTA 개정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이 같은 보호무역 조치는 계속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북한 정권에도 치명적이고 트럼프의 정치적 위상에도 적잖은 변화를 줄 수 있지만, 우리나라 대한미국에도 치명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대미 통상에 관한 발언권은 어떻게 될까요?
순전히 경제적인 측면만을 갖고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을까요? 트럼프에게 전쟁의 가능성을 열어 둔다는 것은 이른바 꽃놀이 패입니다.
한국에 대한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최대의 무역 적자국인 중국에게 강력한 싸인이 되고 이것은 전 세계 교역국들에게 미국에 물건 팔려면 미국 사람 쓰고 미국 부품 쓰라는 트럼프식 공정 무역의 기조를 확산시킬 수 있을 겁니다.
우리 한국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의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되는 거고 전쟁의 가능성은 그 지렛대에 힘을 주는 동력입니다.
트럼프가 가고자 하는 길은 미국의 번영도 세계의 평화도 아닙니다. 오직 자신의 지지기반인 백인 블루 칼러들과 보수층을 묶어서 3년 뒤 재선에 성공하는 길입니다.
아무도 그의 재선 가능성을 얘기하지 않지만, 트럼프 본인은 단 1%도 재선에 실패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겁니다. 트럼프란 사람이 원래 그렇고 그런 사람입니다.
그럼 트럼프가 만약 전쟁을 해서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그는 자기 재선을 위한 지렛대를 잃게 될 것이고 전쟁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미국민의 희생에 대한 국내 여론의 역풍으로 아마도 재선의 꿈을 일찌감치 접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트럼프에게 단 하나의 옵션은 전쟁이 아니라 그의 재선입니다. 앞으로 트럼프의 행동과 말을 예측할 때 단 하나 그의 재선에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판단의 준거로 삼으면 거의 틀림이 없을 겁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그를 미치광이처럼 취급하지만 사실 정치인들이라는 게 하나 예외 없이 본인의 정치 권력의 강화와 연장이 지상과제인 것은 누구나의 공통입니다. 그의 이런 도발적인 강경한 발언이 실제로 먹혀들고 있기도 합니다. 당장 중국 정부가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기업의 사업장을 폐쇄하라고 명령하지 않았습니까? 오바마 8년 동안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안되던 걸 트럼프는 말 몇 마디로 얻어낸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봐야 할 것은 트럼프의 말 폭탄으로 인한 전쟁 가능성과 그에 대한 영향이 아니라 전쟁 가능성의 이면에 있는 우리 경제의 부담과 이러한 대미 관계에서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는 아니 오히려 큰소리칠 수 있는 기업들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10일 만에 열린 장에서도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군계일학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한국경제TV 제작1부 박두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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