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여러분, 투자자 여러분 또 신고가군요. 미국 주식 말입니다. 그야말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랠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만 글쎄요, 과열이라기보다는 그저 소리 없이 강하다는 표현이 맞겠죠? 아주 조금씩 그것도 꾸준히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시장도 일단 그 랠리에 가담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아마 이웃 나라 일본 사람들 요즘 격세지감을 느낄 겁니다. 잃어버린 20년이란 오명을 수명처럼 갖고 살아온 20년 세월의 종지부를 찍었다는 느낌일 겁니다.
닛케이 지수가 20년 만에 최고치를 친 거죠? 90년 대들어와 무너지기 시작한 버블의 후유증은 가혹했습니다. 적어도 일본 사람들 특히 부자들은 자신의 돈을 지키기에 급급했고 그들의 돈을 이자가 거의 없는 국채와 은행 예금에만 맡겼고 그나마 용기가 있는 사람들은 와타나베 부인이란 이름으로 해외투자를 해서 일본 내의 자산 손실을 일부나마 벌충하는 정도였습니다.
요즘 우리나라 분들 가장 많이 가는 여행지 단연 일본입니다만 한번 가보십시오. 일본이 확실히 달라진 걸 느끼시게 될 겁니다. 일본 거리에서 여간해서는 들을 수 없는 차량 경적 소리 요즘은 흔하게 듣습니다. 그렇게 친절하던 일본 사람들 왠지 조금은 거칠어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른바 해외 명품 샆들이 모여있는 오모테산도 거리에는 관광객과 일본 사람들로 주말마다 가득 찹니다. 일본 젊은이들은 직업을 고를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고 있고 더 이상 방에 처박혀 자신만의 세상에 머무르는 오타쿠들은 없습니다.
왜 입니까?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자극이 왔기 때문입니다. 아베노믹스 복잡해 보이지만 물가 올려서 소비 늘리고 자연스레 늘어난 기업 실적으로 고용 늘리면 소득이 늘어서 또 소비가 늘 거라는 겁니다. 그래서 일본 판 양적 완화도 모자라서 마이너스 금리도 쓰고 한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 단순한 메커니즘이 유발한 게 주가의 상승이죠? 기업들 실적이 좋아진다는 전제가 있으니까요. 이것이 전 세계 경기회복세와 맞물려 돌아가면서 20년간 빠진 일본 주식이 드디어 20년 내 최고치를 치게 된 배경입니다만 수급이란 측면에서 일본 사람들이 드디어 주식과 부동산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획기적인 변화가 최고가에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아베노믹스가 작동한다고 하지만 아마도 아베 총리 스스로도 주가가 이렇게 오르고 또 일본의 부동산 가격이 이렇게 오르리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아니 어쩌면 역설적으로 지금 일본에 소비가 살고 기업들의 투자가 사는 건 아베노믹스의 결과물일 수도 있지만 오른 자산 가격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저 자기 돈을 지키는 데만 급급하던 지난 20년에서 벗어나 자기가 산 주식이 오르고 집값이 오르면 누구나 소비에 너그러워지게 되죠. 또 이를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도 덩달아 탐욕적이 되죠. 정부가 만들어 준 엔저 때문에 해외에 나가서 돈을 쓸 수도 없습니다. 아베 정부가 잘 하고 있는 건 바로 20년간 잠자고 있던 일본 사람들의 투자 본능을 자극했다는 겁니다. 물론 이걸 영원히 갈 것이라고 방치하면 또 다른 버블을 낳게 할 것이고 또 다른 잃어버린 20년이 올 수도 있겠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겠습니까? 정부와 중앙은행이 하는 일이라는 게 이런 거 관리하는 거니까 버블을 너무 먼저 걱정하는 것도 문제죠.
그래서 우리를 한번 돌아봅니다. 우리가 일본이 잠자고 있던 20년 동안 그나마 성장을 계속해 왔던 건 우리 기업, 우리 국민들의 투자 성향이 일본 기업과 국민들 보다 훨씬 더 역동적인 투자 마인드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꾸로 우리 국민들의 투자 마인드가 점점 보수화되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나마 용기를 내서 산다는 게 아파트입니다. 또 정부는 이걸 잡아야 한다고 배수의 진을 칩니다.
일본 시장 상승의 주력이 어딘지를 잘 보십시오. 물론 글로벌 경기와 같이 가는 대기업도 좋습니다만 내수회복과 더불어 중·소형주들의 수익률이 좋아지고 잇죠? 국내에서 설정된 일본 중·소형주 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이 30% 수익률이 넘어갑니다.
삼성전자, 셀트리온 만 가는 우리 시장과 사뭇 다른 상황이라는 겁니다.
정부는 국민들의 과도한 투기를 막아야 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을 내놔야 합니다만 이웃 나라 일본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최근에 다시 살아난 투자를 보면서 과연 어떤 정책이 지금 시점에 맞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한국경제TV 제작1부 박두나 PD
rockmind@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