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피고인들'…8개월만에 범행현장 다시 찾아

입력 2017-10-24 13:52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혐의로 기소된 동남아 출신 여성 피고인들이 범행 8개월여 만에 다시 현장을 찾았다.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24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을 시행했다.

검증에는 김정남 살해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5)와 베트남 국적자 도안 티 흐엉(29)이 직접 참석했다.

방탄복을 입은 피고인들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중무장한 경찰 특공대 20여 명의 경호를 받으며 공항에 들어섰다.

이들은 공항 내 모처에서 대기하다가 재판부, 변호인과 함께 오전 10시께 김정남이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은 장소인 제2터미널 3층 출국장 무인발권기 앞으로 인도됐다.

현장검증 참석자들은 이어 시티 아이샤가 북한 외무성 소속 요원으로 알려진 홍송학(34)으로 추정되는 남성으로부터 선불식 택시 티켓을 건네받은 공항 내 카페와 김정남이 응급처치를 받은 2층 공항 진료소, 선불식 택시 티켓 발권소, 택시 승차장 등을 순서대로 돌아봤다.

현장검증은 약 한 시간여간 진행됐으며, 피고인들은 시종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체력적 문제 때문인지 피고인들은 택시 발권소에서부터는 휠체어에 탄 채 이동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공항 당국과 경찰은 이날 현장검증을 위해 3층 출국장 내 일부 구역을 통제했으나, 나머지 구역은 정상적으로 운영됐기에 승객들의 입출국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은 지난 2월 13일 오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도안 티 흐엉은 김정남 암살 이틀 뒤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돌아와 베트남행 여객기를 타려다가 붙잡혔다. 시티 아이샤는 같은 달 16일 쿠알라룸푸르 외곽의 한 호텔에서 체포됐다.


이들은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 용의자의 거짓말에 속았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시티 아이샤와 도안 티 흐엉의 손에 VX 신경작용제를 발라주며 김정남 공격을 지시한 북한인 용의자들은 범행 당일 출국해 평양으로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검증을 마친 재판부는 법원으로 돌아가 이날 오후부터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9일차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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