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농균이 사망 원인?…감염 경로는 '오리무중'"

입력 2017-10-2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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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 물려 치료받은 후 6일 만에 패혈증으로 숨진 유명 한식당 대표의 혈액에서 `녹농균`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녹농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족 측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씨의 혈액 속에서 `녹농균`이 검출됐다고 확인했다.

녹농균은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감염되면 패혈증, 전신감염, 만성기도감염증 등의 심각한 난치성 질환을 일으켜 사망하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세균이다. 각종 항생제에 내성이 심해 치료가 쉽지 않다. 실제로 과거 일본에서는 항생제 내성 녹농균에 감염된 사람들이 잇따라 숨져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균은 물에서 잘 증식하는 특성 때문에 습기가 많은 흙이나 우물, 욕탕 등의 고인 물에서 비교적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또 기계 호흡이 많은 병원 중환자실이나 개의 입속, 사람의 피부에서도 이따금 검출된다. 국내에서는 대중음식점과 커피전문점 등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물티슈에서 녹농균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고인의 혈액에서 녹농균이 검출됐다면 사망 원인으로 지목된 패혈증이 설명된다는 입장이다.

모 대학병원 감염내과 A 교수는 "녹농균은 아주 독하기 때문에 사람의 혈액에서 검출됐을 정도라면 패혈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면서 "녹농균 검출이 맞다면, 1차 사망원인은 녹농균에 의한 패혈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학병원 감염내과 B 교수도 "패혈증의 원인이 궁금했는데, 혈액에서 녹농균이 나왔다면 패혈증을 일으켰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논란의 핵심은 이런 녹농균이 고인의 혈액에서 나왔다면, 과연 어디서 유래했느냐는 점이다. 현재로써는 개에 물렸을 때 개의 입안에 있던 녹농균이 옮겨졌거나 병원 치료 과정에서 감염됐을 경우의 두가지 가능성을 추정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일뿐이다. 고인을 부검하지 않고 화장함으로써 사인을 밝혀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염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병원 내 감염보다는 개가 감염원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반려견의 주인 측은 이날 자체 검사 결과 녹농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동물병원 소견서와 진료기록을 관련 행정당국에 제출했다.

A 교수는 "반려견일지라도 통상 멸균한 물만 먹이지 않는 데다, 산책 등을 하다가 녹농균이 들어있는 물을 먹었다면 물을 당시 입속에 녹농균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와 달리 병원 내 녹농균은 보통 중환자실에 1주일가량 입원한 채 기계 호흡에 의존하는 등의 조건에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고인이 입원도 하지 않고 치료 6일 만에 사망한 점으로 미뤄볼 때 병원 내 감염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사인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고인을 물었던 개의 혈액과 입속에서 녹농균이 검출되는지를 확인한 후 고인의 녹농균과 같은 타입의 균인지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모 대학병원 감염내과 C 교수는 "만약 개한테서도 녹농균이 검출된다면 `DNA 핑거프린팅(유전자지문검사)`을 통해 고인의 혈액에서 나온 녹농균과 같은 계열인지 비교하면 녹농균의 유래를 확인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유가족들의 의견이 우선시되겠지만,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만큼 사인을 규명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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