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코치라는 지위를 이용해 합숙훈련 중인 어린 초등학생 제자를 수차례 성폭행한 30대가 16년 만에 처벌을 받았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민지현 부장판사)는 강간 치상 혐의로 기소된 김모(39)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피해 여성 A(26)씨가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김씨를 고소한 사건이지만 재판부는 피해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된 점 등으로 볼 때 성폭행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A씨가 10살 때인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씨는 A씨가 다니는 철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테니스 코치로 근무했다.
김씨는 2001년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시행한 테니스부 합숙훈련 기간에 테니스장 라커룸에서 A씨를 성폭행했다.
그해 11월 5일 오후 9시 30분께 서울시 중구 장충동의 한 여관 객실에서 테니스부 학생들과 생일 케이크를 나눠 먹은 뒤 A씨만 자신의 방으로 불러 또다시 몹쓸 짓을 했다.
김씨의 성폭행은 이듬해인 2002년 6월과 같은 해 7월에도 자신의 관사에서 이뤄졌다.
A씨는 반항하거나 성폭행 피해 사실을 누군가에게 알릴 수도 없었다.
당시 폭언과 구타가 자주 이뤄지던 테니스부의 분위기, 코치와 선수라는 특수한 관계에서 오는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또 `죽을 때까지 너랑 나만 아는 일이니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한 김씨의 말을 듣지 않으면 자칫 보복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1년간 4차례에 걸쳐 성폭행 피해를 본 A씨는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 시달렸다.
성인이 된 이후 이른바 나영이 사건을 계기로 자신도 법의 보호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A씨는 용기를 냈다.
2012년 9월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 후 경찰서까지 찾아가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당시 피해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데다 공소시효 문제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고소장을 제출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테니스 대회에서 15년 전 자신을 성폭행한 김씨를 우연히 만난 뒤로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아픈 기억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A씨는 적극적으로 증거를 모아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김씨도 처음에는 범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다가 나중에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
하지만 재판이 시작되자 태도를 바꿔 `한 차례 강제 추행 사실은 있으나 성폭행하지는 않았다`며 범행 사실을 부인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가 초등학교 졸업 이후에도 테니스 선수와 지도자로서 생활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자신을 지도했던 코치를 고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오랜 시간이 흘러 갑작스럽게 피고인을 허위로 무고할 이유나 동기 역시 찾아보기 어려운 점 등으로 볼 때 범행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어린 피해자를 특별보호영역인 학교에서 성폭행한 점 등으로 볼 때 사회적·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피해 보상도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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