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차이나Go] 한·중 통화스왑 연장…"美·日과도 재연장 논의해야"

입력 2017-11-06 14:50   수정 2018-01-15 16:53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때문에 애로가 많았던 우리나라와 중국의 통화스왑 계약이 연장됐다.

만기일인 10일보다 3일 늦은 13일 공식 발표됐지만, 효과는 11일부터 발효되기 때문에 연장과 마찬가지 효과라고 한다.

외환금융시장에서의 이런 저런 우려를 해소하고 중국과의 관계개선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일단 반가운 소식이다.

통화스왑이란 뭔가. 통화스왑이란 통화라는 자산을 스왑, 즉, 교환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국가 간의 통화스왑은 두 나라가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맞교환하는 거래인 셈이다.

목적은 외환시세의 안정 도모. 특히 만일의 위기에 대비한 외화유동성 안전망을 확보하는 데에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는 외화유동성과 관련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킴으로써 실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적용환율을 통화스왑체결 당시의 환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해당국의 환율이 절상될 경우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담은 있다.

예컨대 1971년 미국과 독일이 장기 통화스왑을 체결했는데, 그 후 미국이 금 태환중지를 선언하면서 달러폭락, 마르크화는 폭등해서 독일로서는 환차손을 크게 입은 바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 됐으면서 또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미국의 연준(FRB)이 각국 중앙은행과 맺고 있는 통화스왑협정이다.

달러화가 기축통화인 만큼, 외환시장에 대한 안정화효과는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1959년 독일연방은행과 처음 통화스왑 협정을 맺은 뒤로 유럽 여러 나라와 캐나다, 일본 등의 중앙은행 및 국제결제은행과 협정을 맺고 있으며, 통화스왑을 통해 얻은 다른 국가들의 통화로 외환시장에 개입, 달러시세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8년 리만사태로 금융위기 파고가 높아졌을 때, 신흥국으로선 최초로 미국과 300억 달러규모의 통화스왑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또한 미국 외 국가 간의 통화스왑도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상호 외환시장의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최근 수년간 활발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 한중 통화스왑 외에도 일본과 15년간(2001~2015년) 통화스왑을 체결했었고, 현재도 말레이시아, 호주, 인도네시아 등 총 1,222억 달러에 달하는 통화스왑협정을 맺고 있다.

이전에 맺었던 한미, 한일 통화스왑을 간략히 살펴보자.

우선 한미 통화스왑은 2008년 10월 30일 한국은행과 미 연준 간에 300억 달러의 통화스왑협정이 체결됐다.

유효기간은 2009년 4월 30일까지로 달러는 기축통화이고, 원화는 주변통화다 보니, 1 : 1로 교환되진 않고, 원화를 담보로 일정한 이자를 지불하고 달러를 빌려오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자지불부담은 있었지만, 당시 리만사태라는 금융위기로 외환유동성 부족 등 어려움이 예상되던 우리나라에겐 든든한 외환안전판 역할에 큰 도움이 됐다.

당시까지 미 연준은 주로 선진국들 중심으로 통화스왑협정을 체결해왔기 때문에 신흥국인 우리나라와의 통화스왑협정 체결은 국제 외환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신인도를 높이는데 일조한 셈이다.

실제 협정발표 후 원화환율이 절상되고, 주가상승, CDS의 하락 등 관련지표들이 호전된 바 있다.

한일 통화스왑도 엔화가 국제결제통화란 점에서 우리나라 외환시장 안정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은행과 일본은행이 2001년부터 시작해서 2012년에는 700억 달러규모까지 확대된 통화스왑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한미, 한일 통화스왑은 종료된 후 재연장되고 있지는 않고 있다.

이제 한중 통화스왑이 사드 등 정치적 애로에도 불구, 연장된 이유 내지 배경에 대해 알아보자.

첫째, 우리나라의 경우 한때 미중일 3국과 모두 통화스왑을 체결했지만, 지금은 미국, 일본과의 통화스왑이 끊어진 상태여서 그만큼 중국과의 통화스왑연장이 중요해진 점을 꼽을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어서 통화스왑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통화스왑 없이 한국은행 내의 외환보유고를 헐어 쓰게 되면 거래비용도 비용이지만, 절차상의 복잡함과 시간비용도 만만치 않다.

또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현재 사드의 영향으로 대중관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기피, 중국관광객 방문의 절대적 감소 등 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정치, 외교적인 어려움도 막대하다.

이런 점에서 한중통화스왑 연장을 성사시키는 것은 우리나라 정부로선 한중관계의 타개란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이슈다.

둘째, 중국입장에선 어떤가. 중국은 우선 위안화의 국제화를 통해 위안화가 무역거래는 물론, 투자 나아가 기축통화로까지 위상을 높이고자 하고 있는 바, 한중 통화스왑이 이를 돕는 수단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위안화 결제에서의 비중은 홍콩이 76.2%로 압도적 1위이고, 2위 영국, 3위 싱가포르에 이어 우리나라가 3.4%로 4위에 랭크돼 있다.

나름 중국에 있어 우리나라의 위치가 그만큼 중요하단 얘기다.

또한 중국의 외환 불안요인이 꽤 상존하고 있는 점도 중국정부가 한중통화스왑을 지지한 배경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최근 1~2년 사이에 외환보유고가 4조 달러에서 3조 달러까지 1조 달러나 급감해서 적정 외환보유고 마지노선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헤지펀드 등의 공격과 함께 자본유출(capital flight)로 인해 위안화가 급속하게 절하되기도 했다.

따라서 중국당국으로선 위안화 안정을 위한 다양한 수단 확보가 그만큼 중요한 상태다.

물론 그 배경에는 중국의 기업부채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해서 작년 말 기준 GDP대비 기업부채(잔액기준) 비중이 무려 173%. 일본의 버블 최고정점이었던 1989년의 同 비중, 132%보다도 훨씬 높은 점을 감안하면 걱정이 될 만도 하다.

외채부채구조도 1년 이상이 30%, 나머지 70%는 1년 미만으로 돼 있어서 경우에 따라선 해외로부터의 외채상환압력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 기대효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첫째, 특히 우리에겐 북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촉발한 외환금융시장 불안을 다소나마 진정시킬 수 있을 거란 게 중요한 기대효과 중 하나다.

현재 안정적인 국내 외화유동성흐름과 국내 외환보유액 수준(9월 말 기준 3,846억 달러) 등만 감안하면, 외환시장이 불안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북한 리스크로 국내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에서 일부 자금이 이탈하고 국내 CDS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여건을 감안할 때, 한중 통화스왑협정의 연장은 나름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완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중국의 사드보복위험이 완화될 가능성이다.

일각에선 중국의 19차 당 대회 이후 한중간의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있다는 인식도 있다.

11월 10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의 정상회담 가능성, 또 트럼프 미대통령의 중국방문을 계기로 미중관계가 개선될 경우 우리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거란 시각이다.

시장에서도 중단됐던 한중교류, 포럼개최가 다시 타진되고 있고, 요커들의 한국여행도 재개되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시진핑주석은 당 대회에서 청사진을 제시하며, “중국이 손해를 감수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중국의 국가이익을 침해하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고, 그에 앞서 사드배치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는 사드시스템에 반대한다.

상대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대놓고 불만을 표출한 바도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사드반대는 중국의 기본입장이기 때문에 쉽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며, 따라서 완화된다 해도 서서히 시간을 갖고 진행될 거라는 의견이다.

아무튼 한중 통화스왑은 어려운 여건 하의 ‘가뭄의 단비’ 같은 좋은 성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말고 중단상태인 한미, 한일 통화스왑의 재연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현재 글로벌 외환금융시장의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는 돈도 넘치고, 저금리와 사상 최고치의 주가상승 등 좋은 분위기다.

하지만, 미 금리인상이 예고되면서 유럽 등에서도 금리가 인상될 거라는 게 거의 확실한 상황이 되고 있다.

그 경우 10년 가까이 풀렸던 돈들의 디레버리지(de-leverage)현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외환유동성이 부족한 국가와 시장에선 여러 가지 파열음이 나오기 쉽다.

우리나라도 외환보유고는 꽤 쌓아놓았지만, 북한 리스크에 한미 FTA 등 무역분쟁 위험, 대중관계의 어려움 등을 감안하면 절대 안심할 수 없다.

통화스왑대상의 다양화, 규모확대 등 보다 적극적인 외환시장 안정책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 회장 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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