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0일 문재인 정부와 "한 판 붙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홍 대표는 이날 대구에서 열린 아시아미래포럼21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권의 정치보복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사과하라는 것은 굴복하라는 것인데 그것은 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홍 대표는 이어 고(故) 변창훈 검사의 투신 사망 사건을 거론하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보면 (이 정권을) 자살정권이라고 한다. 공수처라도 만들어 정권의 개 노릇을 하는 검찰을 견제해야 하지 않나 생각을 했다"며 문재인 정부와 검찰을 싸잡아 비판했다.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에 대해서는 "자기들 시대에도 특수활동비를 쓴 게 있다"며 "그런데 국가정보원의 메인 서버에서 자기들 것은 싹 빼고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의 내용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이어 "1년에 수조 원을 들여 국정원을 운영할 필요가 있겠나. 해체해도 된다"며 "정권이 바뀌면 매번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데 국정원이 무슨 국가기관으로서 가치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홍 대표는 이날 친박(친박근혜) 청산에 대한 강한 의지와 함께 향후의 지방선거 공천에 대한 발언도 쏟아냈다.
그는 친박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을 겨냥해 "신보수주의라는 가치를 세우고 보수 혁신을 가로막는 구태 세력을 당당하게 정리하겠다"며 "친박은 이익집단이고, 박 전 대통령은 출당됐다. 잔박(잔류친박)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 8명의 복당으로 당내 계파 갈등이 불거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김무성계는 없다. 김 의원하고 친한 사람들"이라고 일축했다.
또 바른정당 잔류 의원에 대해서는 "제가 당 대표인데 (통합의) 문을 닫을 권한도 제게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와 총선을 통해 국민이 보수대통합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 국민의 손으로 배신자들을 청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안을 만들면 지침을 주지 관여는 안 하겠다"면서 "(아울러) 바른정당에 갔다가 왔다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홍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제명 논란과 관련해선 보수 재건을 위한 조치라는 점을 역설하는 한편으로 재판 자체에 대해서는 정치재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여권가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박 전 대통령 당적 정리 때문에 서운한 마음을 가진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탄핵심판 자체가 부당하고, 탄핵을 당한 대통령을 구속하고 구속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지나친 정치재판이라고 (제가) 누차 말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항소심이 계속된다"며 "특수활동비로 다시 기소하는 것은 지방선거용이고, 그래서 정치재판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자신을 `홍트럼프`(홍준표 + 트럼프)라고 부르는 데 대해 "그 양반하고 나는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개헌에 대해 "분권형으로 가자는데,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면 전부 국회의원들이 갖고 가는 것"이라며 "국민이 국회의원을 믿지 않는데 자기들끼리 장관을 돌려먹는 것을 분권형으로 포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는 `대통령이 될 분 아니냐`는 질의에 고개를 저으며 "내년에는 선거를 지휘해야 하는 만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가지 않는다. 선거에 나가면 욕을 먹는다"고 일축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6개를 확보하지 못하면 대표에서 물러나겠다"는 말도 했다.
대구가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만큼 홍 대표에 대한 반발과 비판도 제기됐다.
아시아미래포럼21 토론회가 열린 호텔 수성 앞에 박 전 대통령 출당에 항의하는 시위대 30여 명이 "배신자 홍준표는 떠나라"라고 외치며 거칠게 항의했다.
또 대구 엑스코에서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토크콘서트`에서는 홍 대표가 인사말을 하는 도중에 좌중에서 홍 대표를 비난하는 발언이 쏟아졌고, 이 때문에 홍 대표 발언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홍준표 나가라", "거짓말을 하고 있다", "들을 필요도 없다"고 소리를 지르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제명 조치에 강력하게 항의했고, 이들은 결국 행사 진행 요원들의 제지를 받았다.
행사장 밖에서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배신자", "역적놈", "홍준표는 정계 은퇴하라", "홍준표는 대구·경북을 즉각 떠나라"라고 외치며 박 전 대통령 제명을 규탄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여당이 한국당을 박 전 대통령과 묶어서) 적폐세력이라고 하고, 그것을 갖고 선거를 하려고 하는 속셈이 뻔한데 어떻게 따라갈 수가 있느냐"며 "정치는 책임이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지도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제명 조치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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